"1억 이상 받기로 약속하면 징역 10년 이상, 평등 어긋나"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석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2조1항의 '1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법은 직무와의 관련 정도와 돈을 받고 나서 부정한 업무 처리가 실제 있었는지에 따라 법정형의 차이를 두지만, 특가법은 이와 무관하게 단순히 액수에 따라 형을 규정하는 등 실질적 평등 원칙에 어긋나고 균형을 잃은 입법"이라고 밝혔다.
또 "뇌물을 받은 것과 약속만 한 것은 책임의 크기에 차이가 있음에도 특가법은 이를 구분해 형을 정하지 않아 피고인은 공소제기권자의 편법적 은혜만 기대할 뿐이고 법관으로서는 책임의 크기에 따른 정당한 양형을 실현할 수단을 갖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현금 600만원을 수수하고 추가로 3억원을 약속받은 이모 씨가 특가법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지만, 뇌물 3억원을 받기로 하고 100만원을 받은 다른 피고인은 형법상 뇌물죄로 기소돼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 구청 공무원인 이씨는 번지수가 부여되지 않은 땅에 번호를 부여하고 거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600만원을 받고 땅이 팔리면 3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항소심 재판 도중 특가법 2조1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