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이용 불법 수수‥'도덕적 해이' 전형
채권단의 눈을 피해 차명계좌를 이용, 무역대금 등 820억원을 불법수수한 해운업체가 관세당국에 적발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이 업체의 임원들은 불법행위인 점을 알면서도 "회계감사에서도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9일 상장법인 S해운사가 채권단의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싱가폴의 현지법인 등 차명계좌를 이용해 외국과의 선박구입대금, 영업자금 등 820억원을 불법 거래해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세관은 대표이사 L씨(남, 54세) 등 임원 3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조사결과 L씨 등은 2008년 하반기부터 회사의 재무상태가 부실해지자 채권자로부터 예금 가압류 조치를 피할 목적으로, 싱가폴 현지법인과 자회사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한 후 채권단의 눈을 피해 대외거래를 계속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싱가폴 해운회사로부터 화물운송용 선박 수입대금 160만달러의 지급을 비롯해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317차례에 걸쳐 용선료와 운항경비 등 820억원 상당을 해외법인 등 차명계좌를 통해 불법으로 수수했다.
이로 인해 채권단인 N금융사, E해운 등 10여개 기업은 S해운사의 차명계좌 이용 사실을 알지 못해 20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세관 관계자는 "L씨 등은 외부감사를 받는 유가증권 상장업체 임원으로서 차명계좌 거래시 불법행위인 점을 잘 알면서도 사회지도층의 도덕적인 해이를 보여줬다"며 "불법외환거래와 탈세, 재산국외도피 등 사범에 대해 보다 철저한 수사로 법질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