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발시키려 할 때 성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정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세종시 문제도 그렇지만 최근 일부가 퇴출까지 거론되고 있는 6개 경제자유구역을 봐도 그렇다.
경제자유구역은 지역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을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특별법으로 지원해 개발하는 곳이다.
정부의 많은 지원이 있지만 이 구역개발의 핵심은 외국인투자의 유치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외국인투자 유치가 부진함에 따라 퇴출문제까지 비화된 것이다.
정책의도와 달리 흘러가고 있는 게 비단 경제자유구역뿐일까? 그렇지 않다. 이외에 대표적인 곳으로는 자유무역지역이 있다.
자유무역지역은 경제자유구역과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특별법에 의해 지원되는 것이나, 외국인투자 유치를 주요 목표로 한다는 점이 그렇다.
관련법을 보면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로운 제조ㆍ물류ㆍ유통 및 무역활동 등을 보장함으로써 외국인투자의 유치, 무역 진흥, 국제물류의 원활화 및 지역개발 등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운영된다.
전국에는 현재 17개의 자유무역지역이 지정되어 있고, 여기에는 285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유무역지역이 법률 취지처럼 무역진흥이나 국제물류 원활화, 또는 지역개발 촉진에 합당한 역할을 하고 있질 못하다.
1973년 마산과 이리(현재의 익산)에 수출자유지역을 처음 설치했을 때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익산자유무역지역을 금년 하반기에 폐지하기로 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전반적으로 입주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도 활발하지 못하고 무역이나 물류활성화에 기여하는 바도 예상만큼은 아니다.
자유무역지역은 무역진흥 또는 물류촉진이란 비슷한 정책목적으로 운영되는 종합보세구역이나 보세공장과 비교된다. 세제상 지원을 포함한 각종 지원은 자유무역지역이 훨씬 다양하고 많다.
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에 대해서는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가 일정기간 감면되고 원자재뿐 아니라 시설재나 생산기자재에 대해서도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거나 보세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종합보세구역과 보세공장에 대해서는 단지 생산용 원자재를 보세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다른 세제상 지원이나 정부의 재정지원은 없다.
그런데도 통계자료로 자유무역지역과 종합보세구역 입주기업, 그리고 보세공장의 원자재 수입 대비 수출실적을 비교해보면 자유무역지역의 실적이 가장 빈약하다.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무역지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식경제부장관이 지정하고, 이 지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관세법 적용이 배제된다. 종합보세구역과 보세공장은 관세법에 의해 관세청장 또는 세관장이 지정하거나 특허하고 관세법을 적용하여 관리한다.
관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다르고 관리기관도 다르다 보니 관리상 여러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자유무역지역 안에서 밀수행위까지 발생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종합보세구역도 주로 공항 또는 항만 배후지를 현재 25곳 지정하고 있고, 이곳에는 57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물류촉진보다 무역진흥을 더 큰 목적으로 하는 보세공장은 전국에 196개가 개별 기업단위로 특허되어 있다.
공항이나 항만의 배후지역을 제대로 개발하여 무역을 더욱 진흥하고 국제물류를 원활하게 한다는 정책은 국가적으로 대단히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공항만 배후지역의 발전은 지역개발에도 대단히 유효하다.
최근 수년간 전국에 많은 자유무역지역이 지정되었다. 하지만 명분만 그럴듯할 뿐 내실이 따르지 않는 여러 종류의 특혜지역을 남발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경제자유구역 사례만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것은 자유무역지역 제도 자체를 정리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대신 지정되어 있는 자유무역지역은 여건이 되는 곳은 경제자유구역으로, 그렇지 못한 곳은 종합보세구역이나 보세공장으로 전환한 다음 관리적정화를 통해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종합보세구역에 입주한 기업에 대해서도 법인세 등 내국세의 감면과 생산기자재에 대한 보세사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복잡한 법률체계를 단순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고, 지원과 관리의 효율화도 가능하다.
이제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나라다. 더 크고 강한 무역 강국, 물류중심지가 되려면 공항과 항만의 배후기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자유무역지역과 종합보세구역에 대한 발전적 검토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