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통화 재무제표를 표시통화로 환산해 세금 납부
현행회계기준(K-GAAP)과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허용하고 있는 기능통화를 법인세법에서도 인정해 기업들의 복수장부(이중장부) 불편 등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28일 한국세무학회 주최로 열리는 'IFRS 도입에 따른 법인세법 개정방안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세무상 기능통화의 도입방안 연구'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2008년 말 환율급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환손실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되자 내년부터 도입되는 IFRS의 조기도입 형식을 빌어 2008년 결산시부터 K-GAAP에도 기능통화를 도입했다.
기능통화는 기업의 영업이 이뤄지는 주된 경제환경의 통화를 말하며, 영업활동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해운·조선업체의 경우 환손실을 우려해 기능통화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법에는 '기능통화' 개념이 없어 표시통화인 원화만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교수는 보고서에서 "기능통화를 도입한 기업들은 기능통화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세금을 내기 위해 원화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복수장부를 유지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부감사를 받는 재무제표는 기능통화로 작성된 것인데, 감사를 받지 않은 원화 재무제표를 기초로 세무조정을 거쳐 법인세를 계산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만약 정부가 원화로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외부감사를 받으라고 할 경우 기업은 두 개의 재무제표를 작성함은 물론, 두 번의 외부감사도 받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며 "미국이나 호주에서도 세법상 기능통화를 도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 교수는 "세법상 기능통화를 도입한다면 재무제표환산법, 과세표준환산법, 법인세환산법 등 3가지 방법 중 재무제표환산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재무제표환산법은 기능통화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표시통화인 원화로 환산해 세무조정을 하는 방식, 과세표준환산법은 과세표준까지 기능통화로 계산한 후 과세표준을 표시통화로 환산하는 방식, 법인세환산법은 법인세까지 기능통화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전 교수는 "재무제표환산법은 국내 법인세법 기본통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외사업장의 외화표시 재무제표를 원화로 환산하는 방법과 유사하다"며 "세법개정은 최소화하면서도 기능통화 도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세표준환산법은 기능통화를 세법에 충실하게 도입하는 방법이지만, 세법상 각종 한도를 기능통화 기준으로 규정하는 문제가 있고, 법인세환산법은 법인세를 기능통화 또는 원화로 납부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