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펀드 등은 모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Paper Company)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법적 지위나 과세방식 등이 다르다.
일단, 펀드는 자본시장통합법상 '집합투자기구'에 해당된다. 집합투자기구는 신탁, 파트너십, 펀드 등의 형태로 2인 이상에게 공모한 금전(金錢) 등을 다양한 자산 등에 투자해 투자자에게 배분(배당)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기업인수목적회사, 일명 스팩은 상법상 회사로 집합투자기구가 아니다. 일반법인 형태로 설립되며 공모한 자금을 활용, 합병을 통해 투자이익을 낼 때까지 투자자에게 배당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면 펀드 등의 집합투자기구와 스팩간 과세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집합투자기구는 회사형과 조합형으로 구분되며, 과세체계도 다르다.
펀드가 회사형 집합투자기구로 설립되면 하나의 '실체(entity)'로 보고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조합형으로 설립되면 금전이 지나가는 하나의 '도관'(transparency)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물론 회사형이든 조합형이든 투자자가 펀드를 통해 배분 받은 투자이익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
다만, 회사형 펀드에 대해서는 펀드 자체에도 법인세가 과세되고, 투자자의 배당소득에도 세금이 과세되는 '이중과세' 문제를, 펀드가 투자이익의 90%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경우 지급배당소득공제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
조합형 펀드에 대해서는 펀드 자체에 세금이 과세되지 않고, 투자자가 배분 받은 이익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므로 이중과세 논란이 없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집합투자기구 과세형태에 일대 혼란이 생겼다.
자본시장통합법에 집합투자기구를 등록대상으로 결정하면서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에 대해 올해 초부터 등록세와 면허세(법인격으로 분류될 경우)가 과세되고 있기 때문.
국세인 법인세법에서는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에 대해 회사형이냐 조합형이냐를 구분해 '실체' 또는 '도관'으로 접근하는데 비해 집합투자기구는 자통법과 지방세법에 의해 '실체'가 분명한 등록대상으로 등록세 등이 과세되고 있는 것.
펀드와 같은 집합투자기구 형태인 파트너십에 대한 과세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파트너십(동업기업 과세)의 경우 '도관'으로 접근해 회사단계에서는 과세하지 않고 파트너 또는 주주에게 이익이 배분됐을 경우에만 과세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인세'가 아닌 '(배당)소득세'가 과세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파트너십을 구성해 국내로 들어온 경우에는 과세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04년 해외 파트너십 형태인 론스타펀드Ⅲ(론스타펀드 미국L.P, 버뮤다L.P, 허드코 파트너스코리아 LTD)의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매각에 대한 양도차익을 법인세로 과세할 것인지, 소득세를 과세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 바 있다.
론스타펀드Ⅲ에 국내 파트너십 과세를 적용하면 파트너 각각에 소득세를 과세하게 되지만,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론스타펀드Ⅲ가 국내법상 합자회사와 유사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파트너십을 '실체'가 있는 법인으로 볼 것인지, 금전이 지나가는 '도관'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확립돼 있지 않고, 이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스팩의 경우는 어떨까.
스팩은 주식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해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페이퍼컴퍼니다. 그러나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해 이익을 낼 때까지 투자자에게 배분하지 못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합투자기구가 아니다.
스팩은 스팩 자체에 대해 법인세가 과세되고, 투자자에게 인수합병을 통한 이익이 배분됐을 때 소득세가 과세되고 있다.
회사형 집합투자기구는 집합투자기구와 투자자 이익에 대한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지급배당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스팩은 인수합병을 통한 이익을 배분받기 전까지는 배당이 금지돼 있어 지급배당소득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스팩을 일반법인과 똑같은 회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다양한 금융상품 출현이라는 스팩의 도입취지와 맞지 않아 스팩을 하나의 '도관'으로 보고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팩, 펀드 등은 페이퍼컴퍼니라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러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과세에 대한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좀 더 공론화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