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대상 기업체에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의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 등(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으로 구속 수감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에 대한 1심 재판이 5개월 여간의 심리 끝에 4일 '유죄' 판결로 마무리됐다.
5개월의 재판 내내 푸른색 수의를 입은 안원구 국장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역시 같은 기간 한번도 빠짐없이 법정에 출석한 안 국장의 부인 홍혜경 씨였다.
이날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가 안 국장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무죄를 장담하던 부인 홍씨는 허망한 듯 입을 다물었다.
안 국장의 혐의 자체가 부인인 홍씨 본인을 통한 뇌물수수였기 때문에 안 국장에 대한 '유죄' 판결은 곧 본인에 대한 '유죄'판결과 다름없는 결과였다.
홍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아내로 법정을 지켰고, 때로는 사건의 핵심증인으로 판사 앞에 서기도 했다.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재판과정에서 구속중인 안 국장의 저녁식사를 직접 사식(?)으로 챙기는 등 꼼꼼한 내조를 보여왔으며, 특히 증인으로 나서서는 강도 높은 질문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당당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대답하면서 남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라는 거물과 엮이면서 사회적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재판이었음에도 의례 눈물부터 보이는 피고인 가족들과는 달리 홍씨는 취재진들에게도 승소를 자신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홍씨가 이날 유죄판결에서는 입을 굳게 닫았다.
홍씨는 징역 2년의 실형 선고 직후 몰려든 취재진에게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서둘러 법원을 떠났다.
안 국장에 대한 형량이 검찰 구형량(징역 6년)보다 적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내 놓았지만 추후 항소 여부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유유히 사라진 홍씨가 재판결과에 만족한 것인지, 아닌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