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9일 남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수는 있겠지만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남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남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된 지난 3월 중순 이후 상당수 금융지표에서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리보(LIBOR)를 비롯한 단기금리의 가파른 상승, 회사채 발행 부진, 중앙은행 예치금 증가, 우량 국채 수익률 하락 등 은행 시스템에서 신뢰가 점차 줄어드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그러나 "각종 지표의 절대적인 수준이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견줘 현저히 낮은 데다 신흥시장국 등에 유입된 자금이 본격 유출되는 징후도 없어 아직 신용경색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각종 심리지표에 대해서도 "지난달 들어 지표들이 하락했지만 절대적인 수준이 높은 편인 데다 리먼 사태의 학습효과로 심리지표 악화가 곧바로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교역의 위축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올해 1분기 미국과 중국의 대 유럽 수출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2분기 유로 지역의 경제 성장률이 1분기(전기 대비 0.2%)보다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유로화 약세가 유로 지역의 수출을 늘려주는 상쇄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은 유럽 문제가 분명히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하방 리스크(부정적 영향을 주는 위험 요소)'이며 그리스 등 일부 유로 회원국의 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민간 금융기관의 부실을 메우기 위한 구제금융 집행으로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정부 부채 증가가 국가부도 위기로 번져 민간 금융기관이 보유한 정부 부채 부실로 이어져 다시 금융기관 부실을 일으키는 `카드 돌리기'식 악순환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리스의 국가 부도가 가까운 시일 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헝가리 정부의 사례를 보면 이 문제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요인으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