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면 이 선거는 지자체장과 의원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지는 것 같다. 이는 서울이나 경기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소속 정당이 단번에 한 방향으로 바뀌어버린 선거결과에서 드러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주는 메시지를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는 위정자들과 국민들이 주고받는 가장 의미 있는 통신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중에서 긴급히 재고해야 할 분야는 정치적 분열을 초래하기만 하는 남북대결정책과 비효율적이며 역진적인 조세정책이다.
어느 누가 현재 북한에 망나니 정권이 존재함을 부인하랴. 다만 그 땅은 언젠가는 합쳐져서 같이 성장해야 할 분신이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따름이다.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김정일은 망설이다가 드디어 중국을 방문했고 중국은 북경시내 가장 중요한 길의 8차선 중에서 4차선을 통째로 비워주면서 유례없이 김정일을 환영했다. 북한 정권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 중국의 일부가 되는 길로 한발 크게 내딛은 것이다. 우리 현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부자감세 조세정책에 대한 평가도 서울의 지역별 투표성향에서 소득 수준별로 첨예하게 갈리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자감세를 부인하는 것은 이제 정말 진부하다. 부자감세를 들먹이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은 부자감세로 분류되는 최근 수년간의 조세제도 개편들이 우리경제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내용들이라면 적합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율인하로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과연 증가하는가?
소득세 및 법인세 세율인하를 통하여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시각은 이 세목들이 경제활동을 왜곡시키는 효과가 부가가치세보다 크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그리고 이 주장은 다시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기에 기업 활동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시각에 기초한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모든 납세의무가 있는 기업의 부가가치창출분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다. 이 부가가치 창출분은 바로 노동비용이고 이자지불액이며 기업의 순이윤이다. 그리고 법인세는 이 세 가지 중 순이윤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납부하지만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입법권자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적인 경제적 부담은 시장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제적 힘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의 경제적 힘이 강하면 공급자는 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을 스스로 부담하거나 근로자나 원자재 공급자에게 전가시킨다. 그리고 기업의 이윤에 부과되는 법인세 또한 기업은 시장에서 이 세부담을 소비자나 공급자에게 떠넘길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한다.
결국 잘 작동하는 시장경제에서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효율성을 증진시키지 못하면서 분배만 악화시키는 제도개편은 그에 대한 비판을 포퓰리즘이라고 낙인찍을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게 주어진 시한이 반환점을 넘었다. 이제 정부는 불편한 진실을 수용해야 한다. 전반기 조세정책은 효율성 증진 효과는 없었고 형평성은 무시되었다. 지방선거에서 표심은 이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재정건전성의 문제도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조세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늘어가는 국가채무를 줄이고 복지 분야의 재정수요를 위하여 추가적인 세원이 필요하다. 이 시점의 우리 경제의 상황을 수년전에 예측했다면 아마 이 정부도 지난 수년간에 걸쳐서 진행된 조세제도 개편내용을 굳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렇다면 가장 적절한 선택은 바로 지금까지 진행된 수년간의 조세제도 개편을 그대로 역순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인정하는 행위이므로 정부로서는 정말 용기가 필요하다.
야당에게는 조롱당하겠지만 국민들은 그러나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이야말로 표심을 수용하고 국민들과의 진솔한 대화에 비로소 임한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정부가 세수가 부족하면 흔히 손을 내밀기 가장 좋은 분야가 주세와 담배세다. 과세를 하기 좋은 명분이 존재하고 세율을 올려도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항상 되살아나는 세원은 정부입장에서는 정말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보물주머니가 천천히 함정으로 변해가고 있다. 반복되는 이 가부장적인 조세(Paternalistic Tax)의 성격을 납세자들이 파악해 버린 것이다.
TV채널을 가지고 아이와 다투던 아빠가 너 TV 그만보고 가서 공부하라고 야단치면 아이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국민건강에 대한 관심에서가 아니라 세수확보가 목적이라는 것은 담배나 소주가 유발하는 세부담 분배효과와 서민들에게 소주와 담배가 주는 위안효과를 도외시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국민들은 건강과 위안 사이에 효용극대화점을 스스로 잘 선택하고 있으니 제발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외부효과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려면 교통에너지환경세 과세대상 품목과 술·담배를 비교해 외부효과와 세율수준의 상대비교에서 주세와 담배세의 세율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관심을 끄는 다른 세수확보 방안은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이다. 부가가치세가 법인세나 소득세에 비해 경제에 더 효율적인 조세는 아니지만 현재의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이 10%로서 낮은 편이므로 세수확보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부가가치세의 역진적인 성격에 대한 철저한 보완이 전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면세범위가 외국에 비해서 좁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경감세율이 없다.
유럽 주요국들은 높은 표준세율체계 하에서 폭넓게 생필품에 경감세율을 적용해주면서 면세보다 실제적으로 더 강력한 지원을 제공해 부가가치세의 역진성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라면 같은 가공식료품조차도 표준세율로 과세한다.
부가가치세율을 2% 내지 5% 정도 인상하려면 현재 표준세율 10%를 적용하는 생필품에 대하여 5% 정도의 경감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경감세율을 적용해주는 생필품의 범위를 넓게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도개편의 국민적 수용이 비로소 가능해 질 것이다.
이에 따른 사업자들의 저항은 매우 클 것이고 정부는 이를 감당해 내기에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정말 이 시점에 용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늉만 하는 개혁은 제외하고 말이다.
[김유찬 객원논설위원] 독일 Hamburg 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KPMG 독일 프랑크푸르트 Branch 근무,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세무학과 교수,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세무대학원 교수(現),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장 (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