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일 없어…직원들 합심해서 좋은 결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미안, 용서해 달라"
"원칙과 기본 중시, 국세청 더욱 발전할 것"
-백용호 국세청장 이임식-
장맛비가 내린 16일 오전, 백용호 국세청장이 수송동 국세청사 2층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국세청을 떠났다. 백 국세청장은 "진심으로 (직원들에게)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고 작별인사를 건냈다.
백 국세청장은 이 날 기획재정담당관실에서 미리 준비한 이임사를 제쳐두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이임사를 했다. 백 국세청장은 "오늘 아침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며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아쉽다'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16일, 취임식을 위해 이 자리에 섰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무척 아쉽다. 내 마음이 그래서, 직원들이 (영전을)축하한다는 말보다 '떠나서 아쉽다'라는 말을 듣고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실적이 많았다고 하지만, 정말 나는 한 일이 없다. 진심이다. 국세청 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합심해 줬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국세청 직원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나는 행운아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국세청장 자리는 때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자리다. 본의아니게 대의를 위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이 마음에 걸린다. 미안하다.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제 마음을)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어제 밤 잠자리에 누우니 이런 생각과 묘한 감정들이 어우러지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1년은 짧았지만 (제 인생에서)가장 의미 있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백 국세청장은 "앞으로 국세청이 기본과 원칙을 충실히 지켜낸다면 국민신뢰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큰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앞으로 시련을 당하더라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어나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직원들이 합심해 극복하려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이제야 '외부인' 딱지를 떼고 국세인이 된 것 같다"라며 "외부출신 국세청장이 아니라 국세청장 출신 국세동우회원으로서 먼저 (국세청을)나가 기다리고 있겠다. 나중에 범국세 가족으로서 기쁜 마음으로 어울릴 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날 이임식은 역대 다른 국세청장 이임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백 국세청장은 이현동 국세청 차장이 건넨 기념패를 직원들에게 들어보이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꽃다발을 증정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선 국세청의 한 직원은 즉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청장님이 떠나시는 것이 아쉽다. 떠나시는 청장님의 마음이 무거울까봐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 날 이임식에는 지방국세청장을 비롯 외부 파견 근무중인 간부들 전원이 참석, 떠나는 백 국세청장을 배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