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적격합병 요건 필요"
과세이연 대상 적격요건을 갖춘 합병세제가 조세회피를 막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에 적격합병 요건을 좀 더 실질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해마중 김앤장 변호사는 16일 부산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된 한국세법학회 및 동아대학교 주최 제16회 하계학술대회에서 '개정 법인세법상 합병세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정부는 법인세법을 개정해 이 달부터 합병으로 인한 세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격합병일 경우 합병대가를 장부가액으로 보아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이연하도록 했다.
다만, 적격합병에 대한 요건을 조정했다. 합병대가 중 주식비율을 95%에서 80%로 완화하는 대신 합병법인이 합병되기 2년 전 이내에 취득한 피합병법인 주식(포합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합병교부금으로 보아 합병대가 주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피합병법인의 지배주주는 합병 등으로 취득한 주식을 3년간 보유하는 의무를 신설(스팩, SPAC은 제외)했다. 그러나 적격합병 요건 중 1년 이상 계속사업 유지 및 승계된 피합병법인의 고정자산가액 절반이상 유지(3년) 등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법인세법 개정 전후 적격합병 요건이 너무 형식적"이라며 "합병의 사업목적은 1년 이상 계속사업 유지로 판단하므로 조세회피로 합병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고, 포합주식에 관한 지분의 연속성 요건도 2년 내에 취득했는가라는 형식적인 내용만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격합병과 비적격합병을 구분하는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것. 다시 말해, 단순히 조세회피 목적으로 합병하는 경우를 현재의 적격합병 요건으로는 걸러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합병요건 중 사업상 목적에 합병법인 사업간의 상호관련성을 요구하는 등 조세회피 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경우 적격합병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피합병법인과 합병법인의 규모에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며 "영세한 회사의 대주주가 대기업의 단독 주주권 이외에는 아무런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소수 주주가 된다면 실질적으로 지분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일본은 지분관계가 50~100%인지 등에 따라 요건을 차등화하는 등 합병의 실질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고, 미국도 피합병법인에 대한 소유권의 실질적인 부분이 합병 후에도 변함이 없는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김 변호사는 "합병 후 피합병법인 주주의 주식처분을 제한하고, 합병으로 승계받은 자산을 사업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처분을 제한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적격합병 요건에 사업상 목적 등 합병의 실질을 고려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