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간 원활한 업무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재정부는 지난 2008년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방법에 대한 큰 줄기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정부는 지방세를 담당하는 행안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광화문(행안부)과 과천(재정부) 사이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확정되기 한달 여 남은 현재까지도 업무협의를 위한 활발한 오고감이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오죽했으면 행안부에서 그 동안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문제와 관련해 재정부 측과 업무협의를 진행한 적이 사실상 없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재정부 직원들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조차 없는데 협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며 "재정부로부터 최근 나온 조세연구원 연구보고서 정도의 설명을 들은 것이 전부이며 며칠 전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도 재정부의 움직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종부세가 국세이며 재정부가 담당하는 업무이긴 하지만,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있어 행안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려 하는 것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들은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정작 협의대상인 재정부에서는 직접적인 어떤 말도 듣지 못하고, 외부기관의 연구보고서나 언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상황이니 섭섭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행안부는 재정부측의 의중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에 따른 관련 업무준비도 할 수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재정부가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 방향을 결정하면 나머지 세부사항 등 뒤처리는 행안부의 몫이 되는데도 아무런 준비를 할 수 없으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셈.
또 다른 행안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종부세가 재정부 소관이므로 그쪽의 결정을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냐"며 "재정부가 일단 정책방향을 결정한 후에 세부적인 사항들을 검토할 때나 협의가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를 지방세로 넘기기 전까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아직까지는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법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지방재정난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어 서울,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의 재정수지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방재정문제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행안부로서는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많은데, 재정부가 어서 빨리 협상테이블에 자신들을 불러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치입니다.
이 시점에서 한 번쯤은, 재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인 '부처간 불협화음'을 스스로 만드는 우(禹)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