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현직 간부들이 로펌으로 이직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광수 소비자서비스국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전날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이달초에는 금융투자서비스국 총괄팀장인 장범진 부국장도 김앤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사표를 냈고, 자본시장조사국 박관수 조사1팀장은 법무법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4월과 6월에도 자본시장조사국 소속 국장과 팀장이 각각 퇴직한 뒤 법무법인 세종과 태평양으로 이동했다.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퇴직 뒤 로펌에 취업하는 것은 과거에도 적지 않았지만 퇴직까지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간급 간부들까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최근 들어 부각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냐"는 반응이다.
과거에는 국장 이상의 임직원은 퇴직 이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금융회사 감사 등으로 재취업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퇴직 이후를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
금감원의 근무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제적 보상이 훨씬 높은 로펌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면 당연히 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감원 현직 간부들이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는 현상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공직자의 취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공직을 맡으면서 형성된 공적 네트워크가 로비의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로펌들이 앞다퉈 금감원 출신 간부들에 대한 영입에 나선 것은 최근 급증하는 금융관련 소송과 관련, 금감원 전직 간부들을 로비나 정보수집의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행법 상으로는 금감원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로펌행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게 금감원측의 설명이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재취업 금지 대상을 '자본금 50억원 이상 영리 사기업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비해 자본금이 적은 대형 로펌들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김 교수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는 민간기업의 범위에 로펌이 해당되지 않는 문제점은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