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심문, 증인 임 모 세무사 "나와는 상관 없는 일"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에게 그림을 강매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추징금 4억원)을 선고받은 안원구 前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에서 속개됐다.
이날 공판에서 안 전 국장에 대한 사퇴압력이 행사되는 과정에서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와 김창섭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개입 여부가 언급, 이목을 끌었다.
안 전 국장의 변호인 측은 이날 안 전 국장에게 1억원을 주었다고 진술한 임모 세무사에 대한 증인 심문을 진행하며, 김 전 원장이 당시 이현동 국세청 차장의 부탁으로 안 전 국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임 세무사는 안 전 국장의 소개로 대구 S플라자 서모 대표의 과세전적부심사(11억원 규모)를 대리해 인용결정을 받고 수임료 중 1억원을 현금으로 안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수사에서 진술한 인물.
변호인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임 세무사는 검찰 측이 묻지도 않은 김 전 원장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자필로 작성했다"며 "은퇴 후 증인과 같은 세무법인에 근무하는 김 전 원장이 이현동 국세청 후보자(당시 국세청 차장)의 부탁으로 사퇴를 종용한 것과 관련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임 세무사는 "그건 두 사람의 일"이라고 잘라 말하며 "검찰에서의 자필진술은 서 대표의 과세전적부심심사에 김 원장이 당시 법무심사국장으로 참석한 것과 관련, 심사위원들의 구성 및 역할 등을 쓰라고 해서 자세히 썼던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변호인 측은 이어 "사건 수임 감사의 표시로 안 전 국장에게 1억원을 전했다는 것은 임 세무사의 진술 외에는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임 세무사 진술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날 공판에는 C건설사 배모 회장을 안 전 국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 세무서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증인 심문 과정에서는 검찰이 압수한 김 서장의 자필 메모가 공개돼 이와 관련한 변호인의 강도 높은 추궁이 이어졌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메모에는 김 서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을 때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지에 대한 예비 문답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부 내용을 작성하다 안 전 국장에게 불리하게 고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인 측은 "20년 지기 친구인 배 회장과 김 서장이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배 회장 변호사 사무실에서 입을 맞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안 전 국장과 관련된 조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렇게 물으면 저렇게 대답하겠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쓴 것"이라며 "많은 시간이 지난 후라 기억을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세무조사 대상이었던 C건설사의 세무조가 강도를 알기 위해 변호인 측이 신청한 C건설사 직원 윤모 씨에 대한 증인 신청은 "주관적 해석을 따지기 위해 증인을 소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9월 24일에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