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금부과 문제없다"-먹튀 '불가능(?)'
국세청과 론스타간 대규모 과세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쟁점은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51.02%)을 넘기고 받게될 매각대금(4조7000억원)에 대한 세금이다.
론스타의 국적이 한국이었다면 문제가 없지만, 론스타의 국적은 미국이다.
게다가 론스타는 조세피난처(벨기에)에 페이퍼 컴퍼니(LSF-KEB홀딩스)를 만들어 외환은행 지분 매입.매각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한-벨 조세조약을 근거로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론스타의 입장이다.
현재 외환은행 지분 매각대금(2007년 블록세일)에 대한 과세문제로 국세청과 론스타는 조세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 수 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놓고 국세청과 론스타는 다시 한번 맞붙을 수밖에 없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훨씬 복잡해 질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블록세일 매각대금 과세 당시 존재하고 있던 확실한 과세근거(국내 고정사업장), '론스타 코리아'가 현재 완전히 소멸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 '1차 과세전쟁' 진행 중= 론스타가 블록세일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 일부(13.6%)를 매각한 것은 지난 2007년 6월. 매각대금은 1조1928억원. 당시 매각주관사였던 크레디트 스위스 서울지점은 매각대금의 10%를(법인세)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신고.납부했다.
론스타는 벨기에 소재 LSF-KEB홀딩스를 통해 매각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한-벨 조세조약에 따라(원천지국 비과세) 원천징수세액 전액을 되돌려 달라고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제기했으나 환급을 거부당했다.
론스타는 즉각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LSF-KEB홀딩스는 '도관회사'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매각관련 활동은 국내 고정사업장인 론스타 코리아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국세청의 주장을 인용, 기각결정을 내렸다.
현재 론스타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얼핏 보면 하나금융에 매각해 받는 4조7000억원에 대한 과세 문제도 앞선 사례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결정적 과세근거인 국내 고정사업장, 론스타 코리아가 폐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 문닫은 론스타 코리아, 과세 '변수'= 일각에서 론스타가 남은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에 얻은 수익에 과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는 것은 론스타 코리아의 소멸 때문이다. 론스타 코리아는 2008년 4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당국 안팎에서는 론스타가 국세청의 과세근거(국내 고정사업장)을 사전에 철폐, 지분 매각대금에 대한 과세를 불가능하게끔 만드는, '택스 플래닝' 차원에서 론스타 코리아를 폐업조치 한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국세청이 론스타가 얻는 수익에 부과할 수 있는 세금은 증권거래세(장외거래시 세율 0.5%) 230억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고정사업장이 없더라도 과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분명한 과세근거(세법)가 존재하고 있고, 수 차례에 걸친 론스타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확보한 결정적 '단서'들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에 과세권 행사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 "론스타 과세 문제없다"= 현행 법상 론스타의 국내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과세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외국계 펀드 등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가증권을 팔아 얻는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의 20% 또는 양도가액의 10% 중 작은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 명목으로 과세할 수 있다. 이때 고정사업장이 존재할 경우 해당 고정사업장에 고지서가 발부된다.
그러나 고정사업장이 없더라도 고용인, 즉 '사람'을 통해 특정 장소에서 183일 이상(또는 2년 이상) 용역을 수행했다는 정황이 확인될 경우 해당 장소를 고정사업장으로 인정, 세금을 부과할 수가 있도록 되어 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깊숙이 개입했거나 개입하고 있는 리처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과 래리 클레인 현 외환은행장은 론스타가 선임한 인물들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곧 국세청 '과세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조세전문가들도 론스타가 론스타 코리아를 폐업시켰다 하더라도 '딜'을 주도한 사람(론스타 관계인)과 관련 흔적들이 한국에 존재하는 한 과세하는데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론스타에 대한 수 차례에 걸친 세무조사를 통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국세청이 과세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는 론스타 코리아 또는 외환은행 임원들을 통해 론스타가 매각 작업을 진행한 근거가 상당수 확보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이 폐업한 론스타 코리아를 사업자로 '직권등록', 기존 방식대로 과세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과세근거가 약해, 아무런 실익을 얻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질적인 수익자가 미국내 펀드 투자자라는 사실을 론스타가 입증할 경우 행사됐던 과세권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팔아 얻은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관건은 국세청이 이와 관련한 확실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느냐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