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매각대금 4조7000억원 '먹튀' 가능성 상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 Star)의 한국 시장 '엑소더스(Exodus)'가 구체화되고 있다. 피날레는 외환은행 지분 매각. 현재 론스타는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51.02%)을 하나금융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는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론스타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얻은 막대한 수익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르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지 여부다.
이미 론스타는 부동산 매각(스타타워 빌딩)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는 '덩치'가 비교도 되지 않는 시중은행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얻는 수익은(매각대금) 4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번에도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론스타, 외환은행 매입·매각 일지= 론스타는 지난 2003년 부실 우려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던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투자한 금액은 2조1248억원.
애초부터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목적은 외환은행을 정상화시킨 후 높은 가격에 매각, 투자수익을 챙기는 것이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추진은 2006년 본격화 됐다. 가장 먼저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든 금융사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이었다.
당시 론스타가 택한 매각 파트너는 국민은행(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론스타와 국민은행은 지분인수 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본계약 직전 촉발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및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이 이슈로 불거지면서 론스타가 본계약 직전, 돌연 계약파기를 선언했다.
당시 양측이 의견을 일치한 매각대금은 6조3346억원. 론스타의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인수 3년만에 투자원금의 3배에 달하는 매각대금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법적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히며 기회를 날렸다.
국민은행과 계약을 파기한지 6개월만인 2007년 6월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13.6%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 1조1192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율을 줄여 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후 2달도 채 지나지 않아 영국계 HSBC와 계약체결로 이어졌다. HSBC와 계약한 금액은 5조9000억원 수준.
그러나 HSBC와의 협상 역시 글로벌 금융불안 등 대내외적 여건의 악화로 1년 가까이 지연되다 결국 '비싼 몸값'을 부담스러워한 HSBC의 일방적 계약파기 선언으로 계약이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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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으로 1조원 '꿀꺽'-이미 투자원금 '회수'= 하나금융이 매각대금으로 4조7000억원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는 확실히 남는 장사가 됐다. 애초 투자금액이 2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매각 만으로도 투자원금 이상의 막대한 수익을 챙기게 된 셈.
그러나 론스타는 이미 일부 지분매각과 배당금을 통해 투자원금 대부분을 회수한 상태다. 세금부담으로 수익의 일부가 줄어들기는 했지만(현재 소송 중) 블록세일 차익 1조1192억원과 정관개정을 통한 분기배당 등 6차례 배당을 통해 투자원금의 99%인 2조1261억원을 챙겼다.
배당을 통한 소득에 대해서는 한-미 조세조약에 근거,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모조리 미국으로 가져갔다. 세금부담을 제외한다면, 남은 지분 매각대금 4조7000억원을 더해 한국 시장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채 7조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얻게 된다.
□ 론스타의 치밀한 투자전략 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은행의 몸값하락과 관심저하는 지분매각에 몸단 론스타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미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원성도 높아졌다는 후문. 론스타는 올해 초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에 착수했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돌연 비공개입찰방식으로 매각방식을 전환했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ANZ은행이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ANZ가 제시한 가격은 이전 HSBC와의 최초 협상가격의 70%에 불과한 4조원 안팎.
그동안 6∼7조원 규모 매각대금으로 협상을 진행해온 론스타로서는 가격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협상대상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ANZ 인수가 거의 확실해졌다는 관측이 나올 무렵 하나금융이 돌연 인수전에 뛰어들며 4조7000억원 가량의 가격을 제시, 하나금융으로 방향이 급선회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내비쳐 온 만큼 금융시장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외환은행을 팔고 싶은 론스타와 우리금융과의 M&A 보다 외환은행 인수가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하나금융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이전 협상보다 가격대는 낮아졌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외 금융사들의 몸값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론스타로서는 '횡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하나금융과의 계약이 최종 체결될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얻는 수익은 최대 6조8000억원을 상회한다.
그러나 론스타가 수익금 전체를 회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과세'문제가 걸려있기 때문. 국세청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과세의지를 밝힌 바 있다. 조세피난처(벨기에)에 위치한 회사(LSF-KEB홀딩스)와 한-미 조세조약으로 등 비과세 근거로 무장한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과세권 행사에 반발할 태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