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협회장직은 용퇴할 듯
국내 해운업계 4위인 대한해운이 지난 25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대주주인 이진방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대한해운 지분 10%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자격으로 4년째 외항 해운업계 단체인 한국선주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되겠지만 경영권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통상 기업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이 특별한 기각사유가 없는지 심사를 거쳐 한 달 안에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 회사를 맡을 관리인이 선임되는데, 채권자들이 크게 반대하지 않거나 부실 책임에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없는 한 기존 대표이사가 관리인을 맡게 된다.
특히 해운업의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는 분야여서 제3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기보다는 해운업과 회사를 잘 아는 기존의 대표가 관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법원이 기업회생을 최종 인가하기까지는 개시 신청일로부터 8~10개월이 걸린다.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가 앞으로 채무변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안을 세워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계획안을 수립할 때 대부분 대주주를 비롯해 주주들의 주식 감자와 함께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수반된다.
이에 따라 대주주가 가진 지분은 많이 줄어들게 돼 통상적이라면 이 회장이 보유한 대한해운 지분 비율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은행권 채무 비중이 큰 일반 기업과 달리 해운선사는 채무의 상당 부분이 선박금융이라 감자가 된다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한해운의 채무 2조3천억원 가운데 5천억원가량만 금융권 채무이고, 나머지는 선박을 담보로 빌린 돈이다.
대한해운과 기업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삼선로직스 등 다른 해운업체도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인정받았다.
대한해운이 한 달 전 유상증자를 해 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에게 결과적으로 큰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변명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벌크선운임지수가 크게 나쁘지 않았던 만큼 자구노력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이 시황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이것이 악성채무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의 경영권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4년째 맡고 있는 선주협회장 직에선 용퇴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선주협회 회장을 그만두라는 목소리가 업계 차원에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회장 스스로 물러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