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국책과제 차질 불가피-수출기업 피해 우려"
오는 7월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갈 길 바쁜 관세청의 발목을 행정안전부가 단단히 잡고 나섰다. 이에 따라 FTA관련 지원 업무를 수행할 주무부처인 관세청의 수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 FTA업무의 원활한 준비를 목적으로 행안부에 'FTA집행국(가칭, FTA관세행정 전담국)' 신설을 위한 직제개편 및 인원증원을 요청했지만 행안부는 해를 넘긴 현재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원산지검증 등 FTA 관련 관세행정이 급증할 것에 대비, 본청에 'FTA종합대책단'(1국3과)과 서울·부산·인천공항·인천·대구·광주 등 6개 본부세관에 FTA 전담부서를 임시방편으로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업무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FTA종합대책단 및 세관전담부서 모두 정식 직제가 아닌 임시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력확충 및 업무분담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FTA종합대책단의 경우 EU·미국 등과의 FTA 발효 준비는 물론 칠레·인도·ASEAN 등 기존에 발효된 FTA 집행업무까지 맡고 있지만, 정식 직제로 편성되지 않아 따로 인력충원을 할 수 없어 상당량의 업무를 일선세관에서 차출한 40여명의 직원들이 처리하고 있다.
또한 본청으로 차출된 세관직원을 대신한 별도의 인력을 확충해 세관에 배치할 수도 없어, 일선세관의 업무공백 또한 상당한 상황이다.
6개 본부세관에 설치한 FTA전담부서도 임시조직이긴 마찬가지. 따로 인력을 편성할 수 없어, 60여명의 세관직원들이 기존업무에 FTA 업무까지 겸하는 등 원활한 업무처리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해 행안부에 현재 운영 중인 FTA종합대책단 및 세관 전담부서를 정식직제로 신설·편성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행안부는 아직 정식 직제 신설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았고 인력충원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MB정부의 정책기조와 공무원 증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안부의 FTA집행국 신설 및 관세청 인력확충에 대한 결정이 늦어질수록 관세청의 FTA 준비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우리 수출입기업들이 FTA 특혜를 적용 받기는커녕 상대국에서 부과하는 과징금 등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
관세청 관계자는 "한-EU FTA가 발효되면 EU로부터 연간 3000건 이상의 원산지검증 요청이 있을 것"이라며 "EU관세법상 원산지위반이 적발될 경우 물품금액의 3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하므로, 우리 수출업체들에 대한 원산지사전검증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EU FTA 관세특혜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지정받아야 하지만, 현재 지원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7800여개 업체가 인증수출자 지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인증수출자 지정을 지원할 일선세관의 인력확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관세청과 FTA집행국 신설에 대해 협의 중이지만, 아직 신설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관세청은 직제신설과 함께 정원 또한 늘려주길 요청하고 있지만 공무원 수를 늘리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정책기조와 공무원규모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결정이 쉽지 않다"며 "다만 한-EU FTA가 발효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신설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