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서부지검에 지시한 적 없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대기업 비자금 수사를 놓고 법무부와 대검찰청 안팎에서 불편한 마찰음이 잇따라 새나오고 있다.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고검장 인사 시점에 돌연 사직한 데 이어 이번에는 법무장관이 개별 사건의 수사 지휘를 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법무부의 한 간부가 지난달 서부지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장관의 뜻'이라며 한화그룹 전 재무책임자 홍동옥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말라고 전해 사실상 수사 지휘를 했다는 것.
법무부는 17일 즉각 해명자료를 내 "당시 서부지검에 그러한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법무부에서는 (수사와 관련해) 남 전 지검장과 의사소통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부당한 지휘·관여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남 전 지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직에서 물러난 처지에 이런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짧게 응답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몰라서 뭐라고 말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법무부에서 직접 수사 지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고, 다른 간부도 "(수사지휘 얘기는) 들은 바 없다. 이런 일은 법무부와 대검이 모두 불편해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청법 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
헌정 이래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례는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통일전쟁 발언사건'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김종빈 총장에게 지휘한 사례가 유일하다.
수사지휘권 발동은 큰 파문을 낳았으며 김 총장은 이를 수용하고서 사직했다.
앞서 지난 1일자 고위간부 인사를 전후해서는 검찰 안팎에서 여러 소문이 나돌았었다.
남 전 지검장의 거취를 놓고도 인사대상은 아니지만 교체가 검토된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던 게 사실이다.
또 고검장 인사를 두고 이귀남 법무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얘기가 들렸으며, 실제로 지난달 25일 이 장관이 김 총장과 만나 인사안을 논의했으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