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붙잡혔던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한국인 8명, 외국인 13명)이 해군 특수여전단(UDT)의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전원 구출됐고, 지난 9일에는 무려 124일간 납치됐던 금미305호 선원 전원이 해적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최근 우리나라 선박과 선원들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는 등 국제 해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무역선박이 싣고 가는 값비싼 물건들을 빼앗고 선원들을 인질로 삼아 몸값을 노리는 해적행위는 인류가 해상무역을 시작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범죄지만, 각 국의 해군들이 자국 영해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를 맞아 EU·아세안·NAFTA 등 지역경제협력체가 설립되고 양국간 FTA 체결을 통해 자유무역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지금,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들은 수입상품에 대해 해적들에게 지불하던 통행료와 유사한 일정 요금을 추징하고 있다.
바로 수입물품에 부과하는 '관세'다.
실제로 과거 해상무역시 해적에게 바쳤던 통행료와 현재 수입상품에 부과되는 합법적인 관세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관세가 과거 해적들이 무역선박으로부터 갈취하던 통행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관세를 뜻하는 영어단어 'Tariff'는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 해협에 위치한 스페인 최남단 항구도시 타리파(Tarifa)의 지명에서 유래된 것으로, 15세기 이후 해상무역의 중심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진 뒤 타리파 항에는 해적들이 늘 득실거렸다.
타리파 항에 근거지를 둔 해적들이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는 선박으로부터 강제로 갈취했던 통행료가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잡아 일종의 세금으로 발전했고, 타리파에서 내는 세금이라는 의미의 'Tariff'가 관세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이후 강력한 해군력을 가진 근대국가의 성립과 함께 해상무역을 방해하는 해적들에 대한 소탕작전이 진행됐고, 근대국가들은 안전무역에 대한 일종의 대가로 국경을 통과하는 화물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부 국가의 수출입업자들이 관세를 합법적인 해적행위라고 비판하며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이유도 해적행위에 뿌리를 둔 관세의 탄생 배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 국이 다른 나라와 무역마찰이 발생할 경우 서로 덤핑·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상대국의 관세조치에 대해 해적행위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관세와 해적 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반영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 국은 보다 활발한 무역거래를 통한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과거 해적행위의 잔재인 관세를 아예 철폐하고, 국가간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FTA를 체결·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 해적을 비롯한 국제 해적들이 저지르고 있는 선박납치 사건들은 FTA를 추진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에게 자유무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안전무역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FTA를 통한 원활한 무역과 경제발전 도모를 위해서는 관세철폐는 물론 관세의 뿌리가 된 해적행위를 제거하고, 안전한 바닷길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