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호사업계는 내년부터 배출될 로스쿨출신 변호사 문제로 고민이 크다. 그렇잖아도 포화상태인 변호사시장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추가 진입으로 변호사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 사법연수원 수료자의 40%가 백수(?)
1963년 41명, 1981년 300명, 1996년 500명 수준이던 사법시험합격자 수가 2001년 900여명으로 늘어난 지 만 10년이 됐다.
지난해에는 사법시험합격자 수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그동안 변호사 수가 급격히 늘어 거의 포화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진단이다.
변호사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논리는 이렇다.
사법연수원이 밝힌 올 사법연수원 40기 수료자 취업현황에 따르면 총 수료인원 970명 중 군입대자 189명을 제외한 취업대상인원은 781명이다. 이중 △법관 임용 81명 △검사임용 90명 △ 개인합동법률사무소 취업 64명 △법무법인 취업 269명 △단독, 공동 개업 42명 △국선전담변호인 10명 △기업, 공공기관 등 기타 직역 취업 108명 등으로 총 취업자는 493명에 불과하다.
취업대상인원(781명) 대비 취업률 63.1% 이다. 나머지 288명(36.9%)은 실업자인 셈이다.
'고시 중의 고시'로 꼽히는 사법시험 합격자마저 '백수'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 로스쿨 문제로 뒤숭숭한 법조계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법과대학원)제도 시행 2년차. 내년에 2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로스쿨을 졸업하더라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로스쿨 졸업생 중 75% 정도를 변호사시험으로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행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에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1500명 등 도합 2500명이 내년에 배출될 전망이다. 변호사 합격인원이 이처럼 늘어난다고 판사, 검사임용인원을 상당수 늘리거나 로펌 채용인원이 동일배수로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내년도 변호사 실업자 수는 최소 1500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내년에 제1기 로스쿨출신 변호사 중 판·검사 임용인원은 고작 10여명 남짓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로스쿨 재학생의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로스쿨출신 변호사를 채용하게 될 주체가 사법시험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같은 로스쿨출신의 법조계 진입장벽이 사법연수원 수료자와 로스쿨 졸업생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 당선된 오욱환 변호사는 선거유세에서 "로스쿨 졸업자의 변호사 합격비율을 40%대로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오 신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의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미 법무부가 방침을 정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합격인원을 축소할 경우 전국 로스쿨 교수, 학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세무사업계에 직격탄 될 수도
변호사 인원이 이처럼 급격히 늘게 될 경우 변호사들의 타 직역에로의 업무확장은 생존차원에서 거의 필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로펌의 중진 변호사는 이에 대해 "앞으로 변호사의 타 직역 진출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일단 변호사 인접영역인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법무사 업무는 물론 미국처럼 부동산중개업에 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거래시 변호사 조력이 필요없지만 미국에서는 부동산거래 시 변호사 확인을 받아야 등기가 가능하다.
국회 법사위를 장악하고 있는 법조계가 변호사 업무확장을 위한 법률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제도개편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수 변호사들이 경리실무자를 고용하여 경리, 노무, 법률자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시장을 넓혀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 변리사, 노무사 업계와의 총성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