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예정자 974명 중 절반 이상 불참
연수생들 "로스쿨 학장추천 반대, 공정하게 경쟁해야"
올해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는 42기 연수생 중 절반 이상이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로스쿨 졸업생 검사 우선임용 방안'에 반발하며, 연수생 첫 공식행사인 사법연수원 입소식에 불참했다.
2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개최된 제42기 사법연수생 입소식 행사에 올해 입소예정자 974명 중 절반 이상인 500여명 이상이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입소식 행사 도중 연수생 2명이 단상 아래로 나와 미리 준비한 '로스쿨 검사 임용방안 철회'라고 적힌 현수막을 기습적으로 펼쳐 보이며, 법무부 방침에 대한 사법연수생들의 강한 반대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연수생 100여명은 입소식이 진행되던 시간에 연수원 내 기숙사 앞에 따로 모여 로스쿨 졸업생 검사 임용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법연수생들이 이 같은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최근 법무부가 로스쿨 졸업생 일부를 검사로 우선 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지난달 법무부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초의 로스쿨 졸업자가 배출되는 내년부터 원장 추천을 받은 성적우수자들을 검사로 우선 선발하고, 변호사 시험 합격자 일부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검사로 뽑는다는 방안을 마련해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장 추천 임용의 경우 별도의 시험을 치르지 않고 검찰 실무수습과 심층면접만을 거쳐 선발, 차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정식으로 임용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41기 사법연수생들은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사법연수생은 "단순하게 로스쿨 졸업생들의 검사임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기회를 갖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 주장의 핵심"이라며 "로스쿨 졸업생들만 따로 시험도 없이 검사로 임용한다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법연수생은 "내년에 최초의 졸업자들이 나오는 로스쿨은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위층 자제들이 많은 로스쿨 학생들만을 위해 따로 검사 임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법연수원은 이미 42기 연수생들 일부가 입소 거부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집단행동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단체 메일을 보냈으며, 입소식 이후 연수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날 사태에 대한 징계 여부 및 내부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입소를 거부한 42기 연수생들의 경우 이미 지난 1일자로 사법연수생(별정직 공무원)으로 발령이 난 상태로, 내부 행사인 임명장 수여식에 불참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연수생 신분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