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한금융 이사회는 라 전 회장의 2008년 스톡옵션 행사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되, 2005∼2007년 스톡옵션 부여분에 대해서는 권한 행사를 허용키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라 전 회장이 얻을 수 있는 차익은 28억원.
잠정 보류된 스톡옵션 권한까지 행사할 경우 라 회장은 십수억원을 추가로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신한금융 이사회가 최근 반년동안 정치권과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한사태'와 라 전 회장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문제를 별개로 본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번진 것은 지난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선례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말 해외투자 및 커버드본드 발행에 따른 5000억원대의 손실을 이유로 강 전 행장에게 부여된 30억원대 스톡옵션을 취소한 바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같은 이유로 강 전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부과했다.
신한금융은 강 전 행장과 라 전 회장의 경우는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라 전 회장이 신한금융지주에 끼친 금전적 손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물론 신한금융 측 해명대로 라 전 회장이 신한금융지주에 끼친 금전적 손실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라 전 회장의 과오는 금전적 손실이 아닌 2000만 신한금융지주 고객을 비롯해 이해당사자들로부터의 '신뢰 상실'이기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함께 '신한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라 전 회장 시절 조성된 수 백억원대 차명계좌의 존재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넸던 50억원과 관련된 의혹 또한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은 고객의 신뢰로 먹고 사는 서비스업종이다. 한해 수 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리는 대형 금융사에게 수 천억원대의 손실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는 신뢰라는 이야기다.
금융사의 신뢰상실은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사태 이후 큰폭의 주가하락에서 비롯된 주주들의 금전적 손실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데도 신한금융 이사회는 단지 회사 차원의 금전적 손실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라 전 회장에게 수 십억원의 회사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신한금융 이사회는 한동우 회장 체제에 맞춰 12명 가운데 10명의 인원이 교체되는 등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졌다.
'친라(親羅)'라는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신한금융지주로 거듭나겠다는 한 회장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끝나서는 안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