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7일, 성실납세확인제(舊 세무검증제)를 의결했다. 남은 것은 법제사법위원회 의결과 국회 본회의 '표결'. 그러나 검증대상 사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다. 남은 관문을 무사히 지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사업자·세무사 '탈세동맹' 끊어낼 '특효약'"
업종제한 전격 해제…검증대상 납세자 '폭증'
| '성실신고확인제(이하 세무검증제)'로 명칭이 바뀐 세무검증제 도입법안이 지난 7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를 전격 통과, 제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세무검증제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무신고 내역을 사전에 세무대리인을 통해 검증, 세원투명성을 높이고 탈세의 근원을 잘라낸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설 정도로 문제소지를 안고 있는 제도다. 특히 국회 논의과정에서 당초 특정업종으로 제한되어 있던 검증대상자가 전 업종으로 확대돼 제도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무검증제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기에 논란의 대상이 됐을까. 기획재정부의 논리대로 탈세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특효약일까. 아니면 다수의 선량한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옥상옥(屋上屋)' 규제일까. [편집자 주] |
□ 세무검증제의 '출발' = 지난 2009년 말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의사와 변호사 등 일부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 등의 탈세가 심각하며, 이 과정에서 이들 사업자와 세무사간 '탈세동맹'을 끊어내는 문제에 대한 검토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장부기장(기장대리)과 세무조정(외부조정)을 중복 수행하는 과정에서 탈세가 조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세무검증제'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낸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초기, 세무검증제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사업자를 검증대상으로 삼고, 검증주체인 세무사에게 부실검증 발생시 강도 높은 징계 철퇴를 가하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었다. 탈세동맹을 끊어야 한다는, 청와대의 정책노선이 그대로 투영된 셈.
전문직 사업자들은 제도 도입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즉각 반기를 들었다. 검증주체인 세무사들도 제도 도입을 적극 반대하면서, '난항'을 예고했다.
제도 도입 방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과 조세전문가들의 의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여기까지가 지난해의 상황이다. 올해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 동안 제도 도입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던 세무사들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 세무사들이 제도 도입에 적극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자 기획재정부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 논의마저도 일사천리로 진행, 결국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무검증제 입법안이 전격 통과됐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제도의 내용 또한 대폭적인 수정이 가해지면서 초창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됐다.
□ 거대한 '규제괴물'로 변한 세무검증제 = 지난해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던 세무검증제가 소관 상임위원회를 전격 통과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배경이 존재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당초와는 큰 폭으로 달라진 '수정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명칭부터 '성실신고확인제도'로 변경됐다. 그러나 명칭의 변화는 내용의 변화를 감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현재 우세한 상황이다. 몸집은 크게 불어났으며 강도 또한 세졌다. 세무검증제는 거대한 '규제괴물'로 변형됐다.
가장 눈에 띄게 변한 부분은 검증대상의 대폭적인 확대다.
당초 정부가 설정한 검증대상은 연간 수입금액 5억원 이상의 개인사업자로서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사업서비스업자(전문직 사업자), 의료업자(병·의원·한의원), 기타업종(학원·골프장·장례식장·산후조리원)에 해당되는 사업자로 제한되어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수정안을 통해 특정업종 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감안, 검증대상을 전체 업종으로 확대했다. 다만 검증대상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막기 위해 금액기준을 당초 5억원에서 상향조정하고 업종별로 '차등화'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추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광업 도소매업 수입금액 30억원 이상 ▲제조업 음식숙박업 수입금액 15억원 이상 ▲부동산업 서비스업 수입금액 7억5000만원 이상 사업자를 검증대상으로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식부기의무자, 외부세무조정대상자 중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셈. 이렇게 될 경우 당초 2만명에 불과(?)했던 제도권 사업자는 4만6700여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된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제도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방안들도 방향전환이 이뤄졌다. 미검증 가산세를 당초 소득금액의 10%에서 소득금액의 5%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검증이행자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삭제, 검증 미이행시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널티가 두터워졌다.
다만 기존에 설정했던 세무검증비용 세액공제(60%, 100만원 한도) 및 교육비·의료비 소득공제 허용,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연장(다음해 5월말→6월말) 등 인센티브와 부실검증 세무대리인에 대한 징계방안은 그대로 유지됐다.
< 성실납세확인제도(舊 세무검증제) 도입방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