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비용 '시각차'…세무사들 "한도 100만원 터무니없다"
임시국회 논의과정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검증대상이 대대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명칭의 변경(세무검증제→성실신고확인제)은 모양새와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당초 제한적이었던 검증대상 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 풀면서, 애초 설계단계에서 설정됐던 세무검증제의 도입취지와 방향성이 완전히 틀어졌다.
일부 탈세유인이 높은 현금수입업종, 국세청 단골 세무조사 대상인 고소득 전문직사업자와 세무대리인간 '탈세동맹'을 끊어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세무검증제는 일정 규모이상 개인사업자 전체에 대한 '규제'로 변형됐다.
규제 성격의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여론 수렴 및 필요성과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이 필수다. 규제는 국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무검증제는 이 과정이 원천적으로 생략됐다.
□ 검증대상 '폭증', 방향성 잃은 세무검증제 = 당초 세무검증제 입법안 발표시 기획재정부가 설정한 검증대상은 연간 수입금액 5억원 이상 개인사업자로서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사업서비스업자(전문직 사업자), 의료업자(병·의원·한의원), 기타업종(학원·골프장·장례식장·산후조리원) 사업자로 제한되어 있었다.
이처럼 검증대상을 제한한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탈세유인 때문이었다.
실질적으로 세무검증제도의 타깃은 변호사 등 전문직 사업자, 병·의원 사업자 등이었다. 변호사협회, 의사협회 등 이익단체가 대대적으로 반발한 이유도 자신들이 제도 도입의 '표적'이라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들 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감안, 검증대상을 전체 업종으로 확대했다. 다만 검증대상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막기 위해 금액기준을 당초 5억원에서 상향조정, 업종별로 '차등화'하는 것으로 수정, 국회 기획재정위 통과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기획재정부는 추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광업·도소매업 수입금액 30억원 이상 ▲제조업· 음식숙박업 수입금액 15억원 이상 ▲부동산업 서비스업 수입금액 7억5000만원 이상 사업자를 검증대상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초 1만9000~2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검증대상이 3배 가까이 증가(4만6700명 수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계적 계산법이 적용된, 정부의 추산치에 불과하다.
검증대상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검증대상 증가를 우려해 금액기준을 업종별로 '고액'으로 설정하긴 했지만 당초 목적과는 달리 모든 업종의 개인사업자들이 '세무검증'이라는 새로운 규제의 범주에 포함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에서 몇 명이 세무검증 대상자에 포함되는지 기획재정부는 뚜렷하게 밝히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특정 업종에 검증대상이 과다하게 몰릴 경우, 해당 업종 사업자들의 반발이라는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애초 세무검증제 타깃층의 상당수가 제도의 변경으로 검증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초 수입금액 5억원 이상 기준에서 수입금액 7억5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기 때문에 대상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전 업종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제조업 또는 건설업, 음식업자들이 뜻하지 않은 '불똥'을 맞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적인 통계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건설업 등 매출액이 큰 업종들이 제도 수정으로 대상에 많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검증대상이 확대된 것을 모르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자영업자들의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검증비용 '시각차'-납세자 부담 급증 우려 = 당초 제도 도입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던 한국세무사회가 최근 제도 도입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세무검증제가 가져올 잠재적 '시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무사회 뿐만 아니라 회계사회도 기본적으로 제도 도입에 큰 불만이 없는 입장이다. 세무검증제의 수익성을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00만원 한도로 전체 비용의 60%까지 세액공제를 허용, 납세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실질적인 세무검증비용은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시장의 움직임은 심상치가 않다. 정부가 공제 한도를 100만원으로 상정한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 시장가는 세무검증 1건당 100만원 안팎인 셈. 그러나 검증주체인 세무대리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검증책임에 대한 '대가'가 너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형성될 검증료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높아진 검증료는 납세자들의 부담 급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