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사이먼 희극 '굿 닥터' 각색
현직 검사와 수사관들이 법 집행 과정에서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자 직접 만든 자기성찰적인 연극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20일 오후 7시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인근 화이트홀에서 선을 보이는 이 연극의 제목은 '굿 프라시큐터스(Good Prosecutors)'.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콩트를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이 극화해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시킨 희극 '굿 닥터(Good Doctor)'를 우리나라 검찰 이야기로 각색했다.
매일같이 책상에 앉아 '기소냐, 불기소냐'를 고민하는 경력 10년차 검사가 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새로운 사건을 대할 때마다 아이러니한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검사라는 직업에 관한 엉뚱한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유쾌하지만 약간은 씁쓸한 상상을 시작한다.
대강의 시놉시스다. '재채기', '착한 여자', '의지할 곳 없는 신세', '법원', '물에 빠진 사나이' 등 7개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된다.
삶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은 원작에 비견될 만큼 톡톡 튀는 재미가 있지만, 방어능력이 없어 누명을 쓰는 서민과 잘못된 기소로 고통받는 피해자 등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억울한 피해와 현장의 가볍지 않은 고민도 담아낸다.
이번 연극은 대검 문화예술동호회가 작년 말부터 3개월 동안 직접 기획·제작했으며,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검사(6명)와 수사관(5명)을 비롯한 검찰 직원, 로스쿨 교수 등 15명이 배우로 캐스팅됐다.
배우들은 순수한 아마추어지만 극단 서울공장의 임형택 대표 등 전문 연출진이 스태프로 참여했다.
친목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문화행사로 볼 수 있지만 범죄수사의 개념을 '범죄피해 회복'으로까지 확대하고 국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검찰 문화를 개선해 나가려는 검찰 수뇌부의 고민과도 맥이 통한다.
대검의 연극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말에는 구속영장 문제를 다룬 풍자극 '백설공주 살인 미수 사건'을 공연한 바 있다.
문화예술동호회 회장인 이헌상 대검 정보통신과장은 "검찰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획했지만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