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산 동아기계 사무실에서 가진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섬유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역설하는 양형학 대표.
"프론티어 정신으로 섬유산업 미래 개척"
"잘 벌었으니 세금도 정직하게 내야죠"
"이렇게 큰 상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4일 제45회 납세자의 날에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동아기계 양형학 사장의 수훈 소감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염색기계를 생산하고 있는 동아기계는 매출액 120억 규모로 국내 섬유업계에서는 중견기업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염색기계 생산업체다.
동아기계의 이번 수훈은 2001년 납세자의 날 국무총리 표창에 이어 두번째다. 동아기계의 지난해 납부세액은 9억4000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성실하게 납부했다.
양 대표는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에 정면으로 도전한 프론티어 기업가다. 그는 특히 한국 섬유산업의 미래는 '밝다'라는 강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양 대표가 이끄는 동아기계는 지난해 섬유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무역의 날 5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3년 전부터 숭실대학교 섬유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연구개발해 부가가치가 높은 '에코 드림'이라는 염색기계 생산에 성공한 것이 주효했다.
그의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뚝심' 경영이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다.
그러나 그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늘 서운하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습니다. 게다가 우리 회사가 만드는 염색기계 효능은 세계 최고입니다. 섬유산업을 자꾸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섬유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이번 철탑산업훈장 수훈을 계기로 섬유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섬유산업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 스테인레스 대리점 주인에서 '동아기계 사장'이 되기까지
그가 염색기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현대제철(주) 스테인레스 대리점인 부양금속을 경영하던 그는 스테인레스가 섬유기계나 화학약품과 연관되어 있어 관련 거래처가 많았다고 한다.
1986년 당시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섬유기계 생산업체 젊은 사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이듬해 서울 독산동의 80평 남짓한 이 공장을 인수하게 됐다.
"스테인레스 대리점을 운영했던 저는 섬유전문기계를 몰라 망설였지만 사망한 젊은 사장의 어머니와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찾아와 맡아 달라고 해 인수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염색기계에 대해 잘 아는 그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기계의 특성을 몰라 고생과 설움이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동아기계는 인수 당시 섬유업계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열악한 업체였다. 염색기계 판매를 위해 타 업체 기계가격의 10∼15%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통사정을 해서 판매하는 형편이었다.
"염색 기계를 알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섬유업계 사장들이 기계를 파는 데만 온통 관심이 있었지만 저는 염색하는 법도 익히고 기계도 돌려보면서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 끊임없는 연구개발…특허출원 20개…건조기 사업도 '독점'
동아기계는 현재 염색기계 관련 20개의 특허출원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아시아는 물론 과테말라까지 수출을 하는 섬유업계를 대표하는 수출기업이 되었다.
동아기계가 만든 염색기계는 에너지 절감과 환경 친화적인 기계로 유명하다. '에코드림'은 기존 제품 대비 물 사용량을 50% 이상 절감함과 동시에 화학약품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우리 염색기계는 물을 적게 쓰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도 적은데다 폐수 배출도 적게 나옵니다. 중국의 염색기계는 한 번 기계를 돌릴 때 2번 염색하지만 우리 기계는 4번 염색합니다. 중국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기술입니다."
양 대표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은 건조기계에도 이어졌다. 현재 건조기계 시장에서도 동아기계에서 만든 건조기가 7∼8년 동안 독점중이다. 2006년에는 '자동봉침장'이라는 특수한 기계를 개발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염색기계와 건조기계의 아시아 시장 독점은 뛰어난 기술력에 그의 근성 있는 영업력의 승리였다.
1987년 말레이시아에 염색 기계를 수출할 때였다.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염색 기계 안에 용접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된 그는 고민 끝에 속옷만 입고 기계 속으로 직접 들어가 드레싱 작업을 했다.
사장이 직접 속옷만 입고 기계로 들어간 것을 본 현지인들은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에 매료되어 또 다른 기계를 주문할 정도로 신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스스로 인정하는 것보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좋다는 소문이 나야 기계를 팔 수 있습니다. 당장 계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기계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합니다.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함'입니다."
◆ 양형학 대표의 집무실에는 지난 25년간 섬유산업발전에 기여한 상패가 가득하다.
■ 고생하는 직원들 위해 아파트 7채 제공…젊은 인력 필요
동아기계는 염색기계 최고의 생산업체라는 명성에 비해 직원수가 35명에 불과하다.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그는 과감히 아웃소싱을 택했다. 지금 남아 있는 직원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퇴직을 하게 되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생산성을 갖춘 핵심인력들이다.
게다가 대부분 그가 처음 동아기계를 인수할 당시부터 함께 한 근로자들이다.
"저는 사람 복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직원들 모두 군말 없이 일해주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그는 고마운 직원들을 위해 아파트 7채를 손수 지었다. 집이 없는 직원들은 단 1원도 받지 않고 모두 입주시켰다. 이는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 대한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에게도 한 가지 고민은 있다. 1986년부터 만 25년을 함께 하면서 양 사장은 물론 그와 희노애락을 함께 한 직원들도 세월의 무게를 비껴갈 수 없었던 것.
"정부에서 직업 훈련소를 많이 만들어서 인력을 양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훈련소가 있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젊은 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 현장에서 다루기 쉬운 기계가 '최고'의 기계
양 대표는 지금도 자나깨나 더 나은 기계를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중이다. 회사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연구개발부서는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그가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현장에서 기계를 돌리는 근로자들은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기계를 선호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주로 저는 염색공장에 가서 현장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현장 사람들이 늘 하는 얘기가 기계가 어려우면 골치 아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동아기계가 만든 기계는 독일 등 선진국이 만든 기계보다 다루기 쉬워 현장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조작이 쉽다보니 생산성도 향상돼 기계를 구입한 후에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게다가 점차적으로 기계를 바꾸다 보니 영업부 직원들이 들고 나가는 홍보책자에는 늘 '새로운' 기계가 담겨있다. 그는 영업을 위해서도 대화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타 업체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동아기계는 왜 기계를 맨날 바꾸냐고. 그러나 조금씩 바꾸다보면 몇 년 지나서 기계전체가 모두 바뀝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계가 되는 것이지요."
현재 그의 관심은 새로운 시장개척이다. 이미 진출한 중국, 말레이시아, 과테말라 외에 인도 시장을 개척중이다.
"저는 잠재적 수요를 봅니다.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있다면 남들보다 먼저 가서 개척하는 것이 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아기계의 양형학 대표. 그의 '열정'과 '비젼'은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섬유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