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폭로에 "위상변화 불가피" 주장 제기돼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시련이 날로 커지고 있다.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정아 씨의 폭로까지 터져 나오면서 위기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의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9월 제40대 국무총리로 '이명박 정부'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운찬 전 총리의 선택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논란이 일었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언급되던 그가 돌연 여권행을 선택한 결과다.
비록 논란은 있었지만 정운찬 전 총리는 일약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그렇지만 이런 영광의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운찬 전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부터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총리로 재임했던 기간 동안엔 세종시 문제가 그를 괴롭혔다. 당시 정운찬 전 총리는 여권 전체를 대신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국회에서 부결됐고, 결국 정운찬 전 총리는 '세종시 총리'라는 비아냥 속에 사퇴했다.
정운찬 전 총리가 부활한 건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이 그에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이라는 중임을 맡긴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성장의 방안으로 내놓은 초과이익 공유제가 논란을 불러왔다. 여권 내부에서 잡음이 일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에선 홍준표 최고위원이,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이 전면에 나서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최고위원은 정운찬 전 총리를 두고 "차일디시(childish·어린애 같은)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정운찬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서한을 청와대에 보냈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이끌어냈다.
그렇지만 이 사안이 다 마무리 되기 전 자전 에세이집을 통한 신정아 씨의 폭로가 나왔고, 이로 인해서 정운찬 전 총리의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는 23일 청와대에서 "신정아 씨와 관련해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을 받고 "됐다, 행사 왔는데 뭘…"이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선 "도덕성 논란으로 인해 분당을 공천설이 자취를 감추는 등 정운찬 전 총리의 위상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로 인해서 정운찬 전 총리 본인도 내심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에선 "정운찬 분당을 전략공천 카드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얘기가, 민주당에선 "정운찬 전 총리에 맞설 카드로 굳이 손학규 대표를 내세울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함께 흘러나와 정운찬 전 총리의 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