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소급적용 추진, 4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지자체·야당, "지방재정 악화 불가피, 당장 철회하라"
지난 22일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취득세 추가 인하' 정책을 놓고 정부·여당과 지자체·야당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여 가고 있다. 각자의 논리를 창과 방패삼아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격심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 DTI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대신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연말까지 취득세를 50% 추가 인하한다는 내용의 '3.22 부동산대책'에 대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주당 등 야당이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4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정책 필요성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선 상태. 입장차가 너무도 극명, 두 진영간 '격돌'은 불가피해진 상태다.
□ 논란의 '불씨'…3·22 부동산 대책 =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얼어 붙은 주택거래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주택거래의 '걸림돌' 중 하나인 조세부담을 낮춰 거래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이 대책의 목적.
현재 취득세율(2011년부터 취득세·등록세 통합)은 9억원 이하 1인1주택의 경우 2%, 9억원 초과 1인1주택 또는 다주택자의 경우 4%. 정부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각 케이스별 세율을 50%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취득세율 인하로 인한 지방재정 감소분은 중앙재정에서 보충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대번에 '논란'으로 번졌다. 열악한 재정상태로 허덕이는 지자체들이 한꺼번에 들고일어났기 때문이다.
□ 야당을 등에 업은 지자체들, "당장 철회하라" = 정부의 대책에 지자체들이 반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취득세가 지방재정의 근간인 지방세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전체 지방세 세수입 중 취 등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37.4% ▲2006년 37.9% ▲2007년 33.4% ▲2008년 30.9% ▲2009년 30.5%로 지자체 재정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인해 취 등록세 세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지자체 세수입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취 등록세를 50%나 추가 감면할 경우 자치단체의 재정악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서울시가 먼저 움직였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취득세를 감면할 경우 연간 6085억원의 지방세수가 감소해 지방재정 악화 및 지방행정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들로 구성된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허남식 부산시장)도 지난 25일 정부의 취득세 인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세 감면 대신 국세인 양도소득세 감면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시·도 세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취득세를 절반으로 인하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자치단체들의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오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공동대응 전선(戰線)을 구축, 정부 방침 철회를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등 야당도 지자체들의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취득세 인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4일 "취득세 인하로 인한 거래 활성화 효과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취득세는 지방세라서 지자체의 반대 목소리가 심각할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와 재정에 대한 충분한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지방세인 취득세를 완화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취득세 인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정부·여당, "반드시 필요한 정책…4월 국회 처리할 것" = 지자체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물러날 기색이 전혀 없다. 특히 22일(부동산 대책 발표시점)부터 소급적용으로 가닥을 잡고, 오는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들의 재정문제에 대해서도 보전대책 마련을 약속,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방재정 보전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일단 정부는 오는 31일 시도지사협의회 개최 전까지 지방세수 보전방안의 큰 그림을 그려 자치단체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며, 다음달 국회에서 취득세 인하 관련 법안이 심의되기 이전에 지자체가 수용할 여지가 있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9일 '4월 임시국회 대책회의'를 열고 취득세 인하가 주택거래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다음달 국회에서 취득세 감면과 관련된 법령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줄어든 지방세수를 중앙정부가 보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뜻대로 4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 앞으로도 정부가 대책 발표일로 잡고 있는 취득세 인하시점 등에 대한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취득세 인하 방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아직 적용시점 등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취득세 인하와 관련된 세부사항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 시장혼란 및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