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지적장애인의 장애등급을 근거로 보험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는 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응해 보험사의 장애인차별 금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0일 지적장애 3급인 보험대상자를 상법 상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에 해당한다며 보험가입을 거절한 보험사에 대해 차별행위라고 판단, 해당보험사가 보험청약건을 정식으로 인수 심사하고 업무 담당자에게 장애인차별금지 관련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박모(여, 41)씨는 지난해 6월 지적장애를 가진 자녀를 보험대상자로 해 A보험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문의했지만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과 이진백 조사관은 "우선 지적장애 3급을 상법의 심신상실이나 심신박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또한 보험사고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장애등급 외에도 장애 정도, 원인, 현재 상태, 환경, 조건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신상실자는 의식은 있으나 정신 장애의 정도가 심해 자신의 행위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으로, 형법에서는 책임 무능력자로서 처벌되지 않으며 민법에서는 금치산자가 된다. 또한 심신박약자는 마음이나 정신의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으로 법원으로부터 한정치산의 선고를 받은 자를 말한다.
이에 반해 지적장애 3급은 지능지수와 사회성숙 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서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을 뜻한다.
금융당국도 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적극 동조했다. 금감원 보험계리실 채희성 팀장은 "심신상실자와 심신박약자에 대해 보험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들이 보험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보험사가 역이용해 장애 정도가 낮은 3급과 같이 여겨 거절하는 것은 시정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인 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심신상실·박약자의 경우 의사능력이 불완전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계약에 진의에 의한 동의를 하기 어렵고 수익자 등이 피보험자의 생명을 해할 우려가 있어 법률로써 방어능력이 취약한 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적장애는 현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워 직업·나이·소득수준·피보험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지적 상태에 대해 의료기관에 소견을 요구해도 정밀검사에 필요한 비용문제로 고객이 준비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지적장애 3급 정도는 고정적인 직업과 수입이 있으면 가입한도를 조절해 인수를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