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전혀 협의된 바 없다"
정책금융 통폐합 추진 입장피력
정책금융공사가 '뜬금없이' 하이닉스 재매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건설 매각이 완료된 만큼 하이닉스 매각작업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것.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하이닉스 매각추진과 관련해 어떠한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해 내주 중 주주협의회를 열어 빠른 시일 내에 공개매각 절차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 사장은 하이닉스 인수 희망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하이닉스 매각의 경우 지난해초 이미 흥행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유 사장이 이날 주관기관인 외환은행과 협의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매각방안은 물론 주주협의회 일정조차 채권단과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매각 재추진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공사측의 일방적인 발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책금융공사로부터 하이닉스 매각방안은 물론 주주협의회 개최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며 "언론을 통해 매각방안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매각주관사인 외환은행이 3.42%로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은행(3.34%), 정책금융공사(2.59%), 신한은행(2.54%) 등 총 15%의 잔여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초 재매각 무산 이후에도 하이닉스 원매자 찾기는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며 "향후 주주협의회 협의를 거쳐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의 느닷없는 하이닉스 재매각 발표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금융 통폐합 추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민영화 추진예정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중복기능에 대한 통폐합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지난 2009년 산업은행에서 분리돼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수출입은행의 기능과 중복되지만 규모 측면에서는 수출입은행에 한참 뒤쳐진다.
이날 유 사장도 정부의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재편 추진과 관련해 "공급자 시각보다는 수요자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통폐합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와의 신경전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앞서 현대건설 매각과정에서도 정책금융공사는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MOU 체결에 대해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현대건설 및 하이닉스 지분 매각 추진을 요구하는 외환은행의 협조요청에 대해 산업은행이 번번이 거절해 매각이 지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