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국민 74%, 재판 기다려야 응답"
하나금융 "답변 유도, 논리적 비약" 반박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간 갈등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피인수 주체간 '이전투구' 신경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노조 산하 금융경제연구소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6.9%는 지난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파기 환송 결정에 대해 '옳은 판단'이라고 답했다.
또, 서울고등법원에서 론스타에 대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지분 처리방법에 대해 '법정한도 초과지분에 대한 공개매각' 답변이 47.3%로 가장 많았으며 '대주주 자격박탈과 51% 지분몰수'도 36.5%를 차지했다.
특히 '대법원의 무죄파기 환송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려는 금융위원회의 태도'를 묻는 설문에 대해서는 73.4%가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수 있으므로 재판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론스타를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판단한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77.8%에 달했다.
이와관련 외환은행 노조는 "국민 73.4%가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한다고 응답했다"며 "이같은 조사결과는 '대주주 자격과 매각은 별개'라는 금융위원회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결과여서 향후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설문조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파기 환송을 유죄가 확정된 것으로 설문을 작성하는 한편, 론스타의 보유지분 매각방식 역시 하나금융 인수라는 항목은 빼놓는 등 외환은행 매각심사 중인 금융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의 설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하나금융 측은 금융노조측 설문조사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노조 산하 연구소에서 설문을 실시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1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가 마치 국민 전체의 의견인양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 아니냐"며 "설문 역시 '그렇다'라는 답변을 유도하고자 만들어진 흔적이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론스타의 유죄 여부 뿐만 아니라 국익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며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인보다 금융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론스타에 대해 '산업자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정기 적격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낸 바 있으며, 김석동 위원장은 이달 안에 론스타에 대한 수시 적격성 심사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정무위원회 소속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금융감독원 업무자료와 공시시스템, 해외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론스타는 산업자본으로 밝혀졌다"며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및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하나금융 인수 반대 집회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