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현대DSF 흡수합병 결정에 비(非) 현대백화점 그룹 주주들이 당황하고 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국민연금 등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관투자자가 오는 5월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백화점은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금운용 효율화를 위해 현대DSF를 합병비율 1대 0.0767로 합병하기로 했다고 6일 공시했다. 즉, 기존 현대DSF 주주는 현대DSF 1주당 현대백화점 주식 0.0767주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결정 이후 현대DSF 주가는 바로 약세로 전환했다. 현대DSF는 전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나 이날은 4.02% 하락한 1만 7천50원에 마감했다.
원인은 합병비율이었다. 현대DSF의 합병가는 최근 한 달간의 주가와 거래량을 기준으로 1주당 1만807원, 현대백화점은 14만814원으로 책정됐다.
시가 기준으로 산정되다 보니 현대DSF의 성장성 등 잠재가치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현대DSF 주주로서는 주식을 더 보유하고 있다가 현대백화점 주식으로 바꿀 유인이 낮아졌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배준범 자산운용부장은 "아쉬움이 있다. 현대백화점 주식보다 현대DSF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해서 매수했는데, 매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합병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올해 1월 28일을 기준으로 현대DSF 지분 5.45%를 확보하고 있다. 그 사이 현대DSF의 주가는 1만 500원에서 1만 750원으로 겨우 2.3% 올랐다.
국민연금도 작년 10월 현대DSF 지분 5.0%를 장내매수해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합병안에 어떤 입장을 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강신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대DSF 기관투자자 중에는 내재 가치를 보고 장기투자한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흡수합병이 돼서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백화점은 싼 가격에 우수한 지점을 하나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주가수익비율(PER) 4.8배,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로 저평가 상태에 있는 데다가 울산 신도심 상권 핵심지역에 있고, 울산 지역에 현대계열사가 많아 경쟁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DSF의 합병을 승인하는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5월 26일 울산 현대DSF 본점에서 열린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또,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주매수청구권을 행사로 지급해야 할 금액이 100억 원을 넘어서면 계약은 자동으로 해지된다. 이 조건을 맞추려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1주당 1만460원을 기준으로 현대DSF 주주 10.28% 이상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2010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현대DSF의 최대주주는 지분 40.97%를 보유한 현대백화점이며, 소액주주 지분은 37.6%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