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과 조세정책

국가채무의 규모가 GDP 대비 비율로 2008년 30.1%에서 2010년에는 36.1%로 늘었고 규모는 407조에 달하게 되었다.

연금재정, 공기업, 지방정부와 지방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재정건전성이 급속하게 악화된 것은 우선 2008년의 금융위기로 인한 재정수요가 불리한 재정환경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정부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정책인 감세정책, 4대강 사업도 문제를 추가적으로 어렵게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소득의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진전은 향후 재정문제를 더 어렵게 할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어떤 정책이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한 올바른 답이 될까? 증가하는 복지재정수요에도 부응하면서 국가채무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세입기반확대와 세출분야의 조정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이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세수확보 방안을 제시하였다.

효율성, 형평성, 단순성이라는 조세원칙에 입각하여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지침을 구현하는 방안이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세수확보방안이며, 구체적으로는 소득세 분야에서는 근로소득세액공제를 축소(이에 따라 면세점도 하향조정)하여 과세자비율을 올리는 세수확보 방안을 제시하였다.

법인세분야에서는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과 같은 비과세와 감면을 줄여서 차별적 조세지원을 지양하면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탄소배출 1톤당 약 3만원 수준의 탄소세를 부과하면 약 10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하면서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성 치유도 가능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하였다.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은 세법에 있다. 세법은 필연적으로 현실정치에서 타협의 산물이므로 비체계적이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포함한다.

그렇더라도 세법은 원칙을 지향해야 하며 이질적인 요소들에 대한 지적과 분석은 학자들과 전문가, 그리고 의식있는 사회참여자들의 몫이다.

□ 효율성·형평성·단순성에 입각한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지침

효율성·형평성·단순성 등은 세법을 직접 이끌어가는 지도적인 원칙이라기 보다는 그 원칙이 지향하려고 하는, 저 멀리에 존재하는 기준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도 일치하지 않고 그들 사이에 보완 및 상충관계가 있으며 무엇보다 실용성있는 기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법에서는 조세평등주의나 순소득과세원칙 등을 과세의 기준, 혹은 입법의 기준으로 삼는다.    

순소득과세원칙이란 소득의 창출과정에 투입된 노력의 비용 즉 필요경비를 소득세의 과세표준에서 줄여주는 것을 정당화해주는 원칙이다. 필요경비 개념에는 한 경제주체가 (가족이 있으면 가족과 함께) 살아나가기에 적절한 생활비 수준(최소생계비와는 다른 개념이다)도 포함되며, 이를 특별히 주관적 필요경비라 부른다.

주관적 필요경비는 소득창출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생존이 유지되어야 비로소 소득활동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원칙에 입각하면 적절한 수준의 생활비를 공제하고 남은 소득부분에 대하여만 과세가 가능하게 된다.

□ 면세점 하향조정을 통한 과세자비율 증대 방안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면세점에 해당하는 월급여 173만원은 현재 국내에서 4인가족의 적절한 생활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보면 순소득과세원칙에 입각한 과세는 오히려 면세점의 상향조정을 요구한다.

살아가기에 필요한 경비를 빼고 남은 소득에 대하여 어떻게 과세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공평한가를 따져야지, 삶에 필요한 기본경비를 앗아가면서 공평이나 효율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근로소득세나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과세자 비율이 절반정도에도 제대로 이르지 못하는 현실이 정책당국자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지적된다. 이 비율이 무슨 대수인가?

이러한 비율은 오히려 소득이 상위계층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지 소득세 면세점을 하향조정하여 과세자비율을 늘리자고 주장할 근거가 되는 자료는 아니다.

□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과 임시투자세액공제/R&D세액공제

순소득과세원칙은 세법의 원칙이지만 재정학에서 말하는 차선의 과세(Second-Best Taxation)의 실현에서 불가피한 중간재의 비과세 원칙에서 비롯된다.

즉 소득세에서 필요경비를 인정하는 것은 생산과정에서 중간재에 대하여 비과세하는 것에 상응한다는 것이다(Diamond/Mirrlees, Optimal Taxation and Public Production I: Production Efficiency, in: American Economic Review, 61, 8-27(1971)).

법인세분야에서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과 같은 비과세와 감면을 줄여서 차별적 조세지원을 지양하자는 발상은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중에서 가장 큰 항목인 임시투자세액공제와 R&D세액공제의 혜택이 대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과연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 탄소세

탄소세 부과를 통하여 세수확보와 외부효과의 치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방안은 재정학 문헌에서 볼 수 있는 이중배당효과(Double Dividends Effect)를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중배당효과(Double dividends effect)란 환경세는 사회에 두 가지 좋은 작용을 한다는 것인데, 하나(첫 번째 배당)는 환경세를 통한 환경 개선효과이며 다음(두 번째 배당)은 환경세 세수를 통하여 (세수중립성의 가정하에서) 다른 세금을 줄일 수 있으므로 초과부담(Excess Burden)의 감소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환경세 세수입으로 다른 세금을 줄인다면 이로 인하여 초과부담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논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그러나 환경세 자체가 야기하는 초과부담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 번째 배당은 이 두 가지 초과부담의 차액이며 이것이 포지티브한 규모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효율성 측면에서의 탄소세의 기능은 생각하지 말고 환경개선효과에만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탄소세를 부과할 때 세부담의 귀착이 어떻게 작용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저소득계층에게 세부담이 집중되거나 혹은 몇몇 산업섹터나 지역에 집중되는 경우, 예상되는 탄소세의 세수규모를 감안한다면 이를 상쇄할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약력] 독일 Hamburg 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KPMG 독일 프랑크푸르트 Branch 근무,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세무학과 교수,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세무대학원 교수(現),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장 (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