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세제 수급기준 현실화 속도낸다"

여야, 관련 입법안 다수 발의‥개선 필요성 '공감'

근로장려세제(EITC) 수급기준 현실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못해 '최저생계비' 가구도 수급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등 제도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서 EITC 수급 상한선을 물가상승 비율에 맞춰 높이는 등 근로장려금 수급기준을 보다 현실화하는 방안들을 내놓고 있고, 정부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제도개선이 진행될 전망이다.

□ 정치권, EITC 개선 필요성 '공감' =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현행 근로장려세제 수급기준이 보다 현실화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우선 2006년 EITC 제도 시행 이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는 수급기준 '1700만원의 부부합산 총소득'이 실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강길부 의원은 "현행 근로장려세제의 부부합산 가구 총소득기준이 물가 및 최저생계비 수준의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주요 정책대상인 근로빈곤층(차상위계층)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산기준에 대한 지적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5000만원의 무주택이거나 기준시가 5000만원 이하의 주택 한 채만을 소유해야하고, 세대구성원 재산합계액이 1억원 미만이라는 규정이 비현실적이라는 것.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은 "수도권에서 5000만원 이하의 주택 한 채를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은 수도권 부동산 여건을 고려할 때 별로 적합하지 않은 조항"이라며 "근로장려세제 조건을 좀 더 완화하거나 세분화해서 소외된 서민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어떤 개정안들 나와 있나? = 정치권에서 형성된 공감대는 제도 개선을 위한 법령 개정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은 현행 부부합산 1700만원 미만인 EITC 수급기준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로 변경하고 매년 최저생계비 상승률을 연동해 소득기준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발의했다.

이 방식이 적용될 경우 수급한도는 1900만원으로 200만원가량 오른다.

같은 달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좀 더 파격적인 수급한도 조정안을 내 놨다. 총소득 기준을 17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600만원이나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 의원은 '물가 상승'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이달 7일에는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이 또 다른 방식의 개선안을 내 놨다.

김 의원은 근로장려금 수급기준을 최저임금 상승률과 연동시켜 해마다 유동적으로 산정하고, 수급금액도 최저임금 및 고용, 산재, 건강, 국민연금 등 4대보험료의 평균상승률까지 함께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근로장려세제' 명칭 자체도 세제라는 용어가 사업자나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준다며 '근로가족소득지원제도'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개정안 모두 현재 가구 총소득 1700만원의 근로장려금 수급기준이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턱없이' 낮은 기준이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 국책기관 조세硏도 "EITC 수급기준 개선필요" =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의 분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향후 자영업자까지 적용 대상을 넓힌다는 정부 정책추진방향에 부합되기 위해선 근로장려세제 수급기준을 보다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은 지난해 2월 명동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2년의 조세정책 성과와 향후과제' 심포지엄에서 단기적인 과제로 서민지원 효과가 있는 EITC 기능 확대 및 지급주기 조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지난해 9월 국회 기획재정위가 주최한 '2011년 경제·재정운용방향' 공청회에서 박정수 조세연구원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소장은 "근로장려금이 고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재정부담을 감내하더라도 자격조건을 확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원은 최근엔 근로장려세제가 소득양성화 부문에 있어서도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제도를 보다 확대 시행해야 된다는 입장과 함께 제도의 현실화를 위해서 수급 기준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 재정부 "올해 세제 개편안에 반영되도록 검토 중" = EITC제도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자 세제 입안 당국인 기획재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에서 검토를 시작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납세자의 날 치사를 통해 "EITC 제도의 현실화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제도 개선의지를 밝혔다.

정부의 제도개선 방향은 우선 '수급기준 상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세제개편안 발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점을 고려, 지금까지 정치권 등에서 제시된 방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EITC 수급기준이 현실화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올해 세제개편안에는 반영될 수 있도록 여러 대안들을 신중하게 비교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