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지주회장(겸 산업은행장)이 취임한지 갓 한달이 지났다.
강 회장의 지난 한달은 '킹(KING) 만수'라는 이름값 만큼이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주요 관심사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논란과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취임 직전 주요 민간금융사 차기 회장에 거론됐던 강 회장은 산은지주 회장에 내정되자 연봉인상 논란이 불거졌으며, 장관 출신 은행장이라는 꼬리표는 급기야 시중은행장 모임에서의 '품격' 따지기로 이어지는 웃지못할 상황으로 번졌다.
또 최근에는 자신의 수행비서 1명과 여비서 2명을 산은지주에 채용해 '가신 챙기기'라는 구설에 올랐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실소를 금치 못할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정작 산업은행 직원들은 '킹만수'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강 회장은 오랜시간 경제 전문가로서 활동해 왔지만 금융사 CEO로서 실무경험이 전무하다. 이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 노조는 별다른 반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왔다.
정부측 인사가 내정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의아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 신의 직장, 고연봉 논란 때마다 시중은행과의 차별화된 '실무적 전문성'을 내세워왔던 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같은 산업은행 노조의 원칙없는 태도는 현 정권의 대표 실세인 강 회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수년내에 민영화를 앞두고 있지만 취약한 수신기반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은행 직원들은 여타 시중은행으로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또한 산업은행 직원들은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 추진으로 연봉이 다소 줄었다. 과거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산업은행의 연봉삭감을 주도한 장본인이 강 회장인데도 산은지주 회장 인금인상 논란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만약 산은지주 회장의 연봉이 인상됐더라면 강 회장은 산업은행 노조의 임금정상화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노조측 요구에 무릎꿇는 수순을 밟았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산업은행 직원들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강 회장은 '강고집'으로 불렸던 과거와는 달리 지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임기 중 구설에 오르는 일은 결코 만들지 않겠다는 의중마저 엿보인다.
그동안 줄기차게 외쳐왔던 '메가뱅크' 논란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행시 후배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산업은행의 운명을 전적으로 위임한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까마득한 후배들이 즐비한 은행장 모임에도 직접 참가하며 '현 정권의 대표 실세'라는 꼬리표 떼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물론, 강 회장의 한달 행보를 놓고 강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임기 중 강 회장의 '몸 낮추기' 행보는 분명 '관치금융' 해소에 긍정적인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국내 금융권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회자되는 '장관급 회장'의 뿌리가 정권 실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쩌면 강 회장으로서는 매우 불편한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