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입출구 틀어막은 소득공제 "개선필요"
퇴직소득에 혜택 '집중'…"일시금 선호도 높인다"
재정여력 고민, 재정부 세제개선 '뜨뜻 미지근'
|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안정적 노후를 위한 노후소득 확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찍이 고령화를 경험한 OECD 주요국들은 공적연금의 노후소득을 보장기능을 축소시키는 대신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기능을 제고시키는 것에서 '해답'을 찾았다. 변화의 중심에는 조세제도의 개편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퇴직연금세제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퇴직연금 관련 세제의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
□ 퇴직연금 세제, 무늬만 'EET' = 현행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제도는 퇴직연금의 적립금 납입 단계에서의 소득공제(Exempt), 운용단계 수익의 비과세(Exempt), 연금수급시 과세(Taxed)하는 체계이다.
각 단계의 앞 글자를 따서 'EET형'으로 불린다.
우선 적립금 납입단계에서는 연금저축 불입액과 합산해 연간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해준다. 소득공제를 초과해 납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퇴직급여 수령시 비과세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과 자산운용수익에 대해서는 수령 단계에서 과세를 적용하는 과세이연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퇴직급여 수령단계에서는 수령방법에 따라 연금소득세와 퇴직소득세로 구분해 과세한다.
퇴직일시금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를 부과(분류과세)하며 연금수령시에는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합산해 총 수령연금액에 대해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한편 퇴직연금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하거나 연금으로 수령하던 도중에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에는 퇴직일시금으로 간주해 퇴직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측면에서는 과세를 먼저 한 후 면세하는 TEE(Taxed-Exempt-Exempt)방식이 혼재된 체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립금 납입단계에서의 소득공제 폭이 좁다보니 실질적인 비과세혜택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류건식 선임연구위원은 "퇴직급여를 받을 때 소득공제한도 초과기여분에 대해 과세대상에서 제외시켜주는 것보다 납입단계에서 폭넓게 소등공제해 주는 것이 가입자 생애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보다 큰데, 이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미국의 퇴직연금제도 중 근로자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401(k)는 다른 연금제도와 달리 가입당시 소득공제를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인 401(k)의 경우 소득공제 한도가 개인당 1만6500달러이며 50세 이상 근로자는 5500달러의 추가적립과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50세 미만 개인의 경우 소득공제 규모가 1인당 GDP의 35.6%이며 50세 이상은 47.4%에 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퇴직연금 소득공제 한도가 1인당 GDP의 14.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개인연금에 가입할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소득공제는 전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 박홍민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달리 사회생활시작은 늦고 은퇴는 빨라 10∼15년의 근로기간 격차가 발생한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납입단계에서의 소득공제의 폭이 좁아 근로자 스스로 차곡차곡 노후소득을 준비할 유인조차 없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퇴직소득세 혜택〉연금소득세 혜택…연금 전환 유인 '미흡' = 현재 퇴직소득세 과세체계는 분류과세ㆍ급여비례공제ㆍ근속연수별공제 등 다양한 세부담 경감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퇴직소득세는 종합소득과 구분해 별도로 과세하기 때문에 누진세율 등 지나치게 높은 세율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는 근속연수 동안 서서히 집적된 소득이 일시에 실현되는 퇴직소득의 특징을 감안한 결과다.
퇴직소득세 과세체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연분연승법이다.
연분연승법은 과세표준을 근속연수로 나눈 금액에 다시 소득세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다시 근속연수를 곱해 세액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낮은 한계세율이 적용돼 세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퇴직소득세 산출에는 근속연수별 공제와 함께 퇴직소득금액의 40%에 달하는 높은 급여비례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밖에 세부담 경감을 위해 특별공제 성격의 '퇴직소득공제도' 제공된다.
반면 퇴직소득과 달리 연금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세의 원천인 연금소득이 총 연금액(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에서 연금소득공제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금 수령시 과세대상소득의 5%가 원천징수 되고 이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총 연금액이 6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하고 600만원 이하인 경우만 분리과세한다.
연금소득공제 한도도 연간 900만원으로 제한된다. 아울러 근속연수에 따라 소득공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연분연승법에 의한 혜택도 연금 수령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 박홍민 소장은 "이 같은 과세체계에서는 연금전환에 대한 유인효과가 부족하다"며 "근로자들이 일시금으로 지급 받고 짧은 기간 동안 노후소득재원을 소진시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노후빈곤층 양산으로 이어져 더 큰 사회적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뜨뜻 미지근'한 재정부 = 이 같은 퇴직소득과 연금소득의 과세 형평성의 차이는 근속연수가 길고 소득이 높으며 연금수령 기간이 짧을수록 더 벌어진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퇴직소득세 및 연금소득세 부담규모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연금수령기간이 짧을 경우 소득계층 3분위 이상 중상위층의 과세부담액은 연금수령시 더 많으며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그 차이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가 퇴직소득세와 연금소득세가 같아지는 시점을 분석해본 결과에서는 연금수령기간이 20년일 경우(연금수령 시 부과되는 이자율 5%, 근속연수 20년 가정) 퇴직금이 2억4600만원보다 클 때 일시금 수령이 유리하며 적을 경우에는 연금수령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기본적으로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제도개선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제실 관계자는 "연금소득세에 대한 혜택은 낮은데 이를 퇴직소득세 수준으로까지 높이게 되면 세수확보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퇴직소득에 대한 혜택을 줄이면 수혜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