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기름 단속만 잘해도 기름값 리터당 150원 떨어질 수 있다"
"여전히 기업 내부에 부패 남아 있어 회계 투명성 우선돼야"
-공인회계사회 초청 조찬 강연회-
이재오 특임 장관은 25일 공인회계사회 초청 강연회에서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소득 2만불 수준에서 4-5년이 지나면 모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우리는 10년 가까이 소득 2만불 시대에 머물고 있다"며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 전반에 퍼진 부패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이어 "공직사회는 물론, 기업, 정치 등 기타 사회 전반에 부패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며 "공직자들이 서류 한 장 발급해 주고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것도 모자라 뒷돈이 많이 생기는 자리로 옮기려고 또 다시 돈을 지불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육계의 경우도 교감이 되려면 500만원, 교장이 되려면 1000만원을 줘야 가능하다"며 "공무원들이 이런 행태를 부도덕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의 사회 전반의 부패에 대한 지적은 기업과 정치 분야에도 계속 됐다.
그는 "제약회사가 병원에 자신들의 약을 처방해 달라고 지불하는 부패 시장 규모가 4조원이나 된다"며 이 같은 리베이트 비용은 결국 국민들의 약값에 포함돼 일반 서민들이 부담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유소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가짜 기름 유통 시장도 1년에 3조원 규모"라며 "가짜 기름 유통 단속만 잘해도 기름값이 리터당 150원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대기업의 경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한다고 하지만 대기업들이 결국 중소기업을 후려쳐서 먹고 사는 거 아니냐"며 "여전히 기업 내부에도 부패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부패에 대해서는 이 장관 본인의 출마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 장관은 "신한국당 국회의원에 출마할 당시 당원 명부에 기재된 사람이 5만명이었다"며 "5만명이 모두 찍어주면 당선인데 내 앞에 3명의 출마자가 낙선을 했다. 알고 보니 진정한 당원은 2000명뿐이고 나머지는 입당원서 한 장당 돈을 주고 올려놓은 이름뿐인 당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에 퍼진 부패의 단절만이 경제성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계의 투명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이재오 장관의 강연은 공인회계사회의 초청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 1시간 30분가량 '사회전반의 투명성 제고'라는 주제로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