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은 정상적 거래를 주장하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거액의 세금을 고스란히 물어야할 처지가 됐다.
23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심판원은 최근 현대상사가 지난해 '과세관청의 52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부과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심판청구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리고 회사측에 심판결정결과를 통보했다.
현대상사는 지난 2009년 7월∼2010년 1월까지 7개월 가량에 걸쳐 국세청으로부터 조세범칙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금지금 도매업체로 위장한 자료상들로부터(일명 '폭탄업체)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등 세금 탈루사실이 확인되면서 거액의 세금을 부과 받았다.
금지금이란 순도 99.5% 이상의 금괴와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의 금을 말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허점을 악용한 악덕 사업자들이 난립하면서 거대한 '탈세 블랙홀'로 전락, 국고누수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심판원에 따르면 현대상사는 2003년 1월∼2004년 9월 기간 동안 G사 등 6개 금지금 도매업체로부터 총 2900억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받은 후 이를 매입세액 공제해 부가가치세를 환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세금계산서 거래가 이른바 폭탄영업을 실제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명목상의 허위거래였다는 점이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결과 밝혀진 것.
특히 G사는 최근 파산신청을 한 S저축은행 신 모회장이 설립한 금지금 도매업체로 대표적인 '폭탄회사(바지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부가가치세 부정환급 업체)'이며,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수 백억원의 세금을 부과 받기도 했던 업체다.
국세청은 현대상사가 그동안 받아 챙긴 매입세액공제액을 불공제 처리,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및 가산세(증빙불비가산세) 등 총 52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에 현대상사는 정상적 거래였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현대상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래과정 자체가 '정상거래'로 볼 수 없는 흔적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판원에 따르면 현대상사가 금을 거래한 매입처들 대부분은 G사의 위장계열사들이었으며 속칭 '뺑뺑이 거래'를 자행해 처벌을 받는 업체들이었다. 현재 이들 회사 대부분은 검찰고발과 함께 직권폐업 처리된 상황이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현대상사는 정상거래라 주장하지만, 이는 정상거래를 가장한 변칙거래"라며 "현대상사에 대한 금지금 유통 및 가격구조 형성과정을 볼 때도 조세포탈을 위해 형성된 허위거래와 허위 세금계산서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특히 "관련이 없다"는 현대상사의 주장과 달리 금지금 거래의 구조상 각 유통단계별 업체간의 암묵적인 동의가 없이는 탈세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판원은 "금지금 유통은 수입업체에서 면세도매업체, 과세전환업체(폭탄업체), 과세도매업체, 수출업체 등에 이르기까지 6~7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도 하루 또는 수 시간 내에 거래가 이뤄진다. 이런 과정들은 모든 거래단계의 사업자가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기 위해 사전에 공모 또는 묵인하지 않고서는 진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판원은 또 당시 '워크아웃'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던 현대상사의 경영상태도 이런 변칙거래 동참배경으로 꼽았다.
현대상사는 당시 워크아웃 실사를 받는 상황에서 매출액 감소에 대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거래 징수된 사실이 없는 부가가치세를 세금계산서에 허위로 기재해 환급 받는 방식으로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다.
심판원은 "현대상사는 자금악화로 인한 워크아웃 및 외형성장을 위해 금지금을 거래, 부가가치세 환급 및 이득을 위하고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켰다"며 "치밀한 거래구조를 만들어 거래징수되지 않은 부가가치세를 있는 것처럼 허위기재해 환급 받은 것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