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혜택 필수조건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현황 23.7%
인증기업 대부분이 대기업, 중소기업 인증 미흡
한-EU FTA 잠정 발효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 중소수출기업들의 경우 FTA 관세혜택은 '그림의 떡'인 것으로 나타났다.
FTA 특혜관세의 필수조건인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은 지정요건을 갖추기가 비교적 쉬운 대기업들에 집중돼 있으며, 대부분의 對EU수출 중소업체들은 인증수출자로 지정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7일을 기준으로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대상 기업 8206개 중 단 1026개(12.5%)만 인증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하거나 관세혜택이 크지 않아 관세청 측에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 포기를 선언한 업체를 제외한 실질 인증대상업체(4333개)를 대상으로 산정한 인증현황도 23.7%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원산지인증수출자란 관세청이 원산지인증 전산시스템, 원산지관리사(담당자지정) 등 일정요건을 만족시킨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고, 원산지증명서 자율발급 등 FTA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 이에 따라 인증을 받지 못한 업체는 사실상 FTA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오는 7월1일 잠정 발효될 예정인 한-EU FTA의 경우 EU국가들에 건당 6000유로(약 915만원) 이상 수출하는 업체들은 원산지인증수출자로 반드시 인증 받아야 FTA 특혜관세를 활용할 수 있다.
관세청 조사결과 지난해 對EU수출액 535억 달러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대비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현황은 71.2%(236억 달러)로 업체 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인증률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수출량이 많은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지정 받았지만, 중소수출입기업들은 인증을 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실제로 관세청 조사결과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대상 기업의 약 92%(4002개)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아직도 인증수출자로 지정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수출기업의 경우 ▲원산지관리 프로그램 보유·활용 ▲원산지관리전담자 지정·운영 ▲원산지증명서류 작성대장 비치·관리 등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을 위해서는 수출제품의 한국産 입증을 위해 부품·원재료부터 원산지 관리를 철저히 실시해야 하지만,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소수출기업 특성상 기존 수입거래선(중국 등→한국)을 변경하기가 상당한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들이 원재료를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경우가 많지만, 공급에 있어 독점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에게 원산지 입증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더불어 지난 4일 국회에서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관망상태로 일관하는 등 FTA 관세혜택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원산지인증 수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않았던 점도 낮은 인증수출자 지정현황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한-EU FTA 잠정 발효 이전까지를 '중소기업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확대 특별기간'으로 삼고, 인증기업수를 늘리는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우선 관세청은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을 신청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先가인증·後본인증' 제도를 실시, 잠정 발효 이전에 인증을 완료하고 인증요건에 대해 추후보완을 허용할 방침이다.
관세청이 자체개발한 '원산지관리 전산시스템(FTA-PASS)을 무료로 배급하고, 세관직원들을 직접 중소기업에 파견해 인증자문·신청서작성 등을 돕는 원산지인증수출자 컨설팅도 실시한다.
지방 소재 중소수출업체들의 인증률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했던 원산지인증수출자 설명회·컨설팅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EU FTA의 성공적 활용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성이 부족한 중소수출기업의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연말까지 수출기업수 기준 60% 이상으로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