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개연 "특혜 명백, 강 회장 은인자중해야"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을 놓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정부 등이 소유한 금융지주회사의 매각' 등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 한해 주식 총수의 30~50% 이상만 사들여도 인수를 허용해주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현행 법령 상으로는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경제개혁연대(이하 개혁연대)는 31일 성명서를 통해 "만약 금융위의 시행령 개정 행보가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의 오랜 염원인 '메가뱅크' 구상을 실현시켜주기 위한 꼼수라면 일개 회사 CEO의 입맛에 맞춰 법령까지 친절히 바꿔주는 금융위의 작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개혁연대는 "금융위는 우리금융 시가총액이 10조7603억원에 달해 다른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특혜 의혹에 발끈하고 있다"며 "그러나 강만수 회장의 우리금융 인수발언과 금융위가 우리금융 매각 추진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열흘만에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강 회장과 모종의 협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이러한 의혹은 재추진되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통령 측근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누가 들러리 노릇을 자처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개혁연대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국가 재정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일 뿐 민영화가 아니다"라며 "한시적일지라도 금융지주회사의 중간지주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을 낮추는 것은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전이, 과도한 지배력 확장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목적인 금융지주회사법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한 최근의 논란은 감독당국의 수장보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우위에 있는 금융기관 CEO의 존재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감독기관과 피감기관 사이의 관계가 역전된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인수 이후 금융감독의 엄정성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연대는 아울러 "강만수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운명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메가뱅크' 실현의 욕심이 아니라 은인자중의 자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또한 금융위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 관련 감독실패와 론스타-외환은행 관련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를 위한 맞춤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자신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