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진로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골드만삭스와 당사자인 진로 중 어느편의 손을 들어줄까.
진로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법원 판결이 이번주중 있을 예정인 가운데 진로의 향방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법원도 이번 판결 여하에 따라 양측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정관리 이후 예상되는 각종 상황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지법은 당초 지난 2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두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
◇예측 불가능, 양측 초긴장상태=양측은 현재 법원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변호사들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초긴장상태를 보이고 있다.
진로 입장에서 볼때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1조600억원대의 대규모 외자유치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화의중지-법정관리-제3자 매각 또는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진로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진로의 회생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며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취득한 채권으로 한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좋지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도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서 의도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도덕적인 질타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향후 채권회수 과정에서 입지가 축소되는 만큼 적지않은 불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서는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며 "만일 불리하게 결론이 날 경우 즉각 재심청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 우려=법원의 1차 판결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지만 이번 결정이 사태를 완전히 봉합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외자유치와 법정관리중 어느 것이 채권자들에게 유리한 지를 놓고 면밀한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
양측은 서로에게 불리한 판결이 날 경우 즉각 재심청구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문제해결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채권단 주변에서는 양측이 항고와 재항고로 맞설 경우 적어도 1년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간에 깊어질대로 깊어진 감정의 골도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양측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협상을 갖자는 제의를 한 적이 없고, 연일 상대방을 비방하는 공방전만을 전개해왔다.
또 법정관리 신청 직후부터 양측은 법원의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불리기에만 여념해왔다. 진로는 지난달 9일 외자 유치 계획 및 일정에 대해 채권자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가진바 있으며, 골드만삭스도 다음날 이들을 상대로 법정관리 신청 배경 및 당위성 등을 밝히는 등 맞불작전으로 응수해왔다.
급기야 진로 임직원들은 지난 5일 법정관리반대 의사 표시로 집단사표를 제출하는 등 초강경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진로를 이지경으로 만든 장진호 회장 등 진로의 최대주주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그들이 내놓은 외자유치안도 믿을 수 없다"는 당초 입장에서 한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