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환경부는 경유승용차의 2005년 국내 시판을 골자로 한 유로-3, 유로-4 수준의 제작차 배출허용안을 포함시키지 않은 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지난 3월말 경제장관 정책회의에서 결정된 '2005년 유로3 기준에 이어 2006년 유로4 기준 경유승용차 도입 허용'이라는 정부 방침을 번복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 혼선으로 이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속한 정책 결정을 촉구했다.
◇정부정책 '오락가락' = 환경부는 이날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경유 승용차 부분을 제외한 채 입법예고했다. 경유승용차 허용문제를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및 에너지 가격 조절정책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환경부와 이에 반대하는 산자부 등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당초 4월 구성키로 한 태스크포스팀도 아직까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입법 예고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경유승용차부분이 제외된 것은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등 경유승용차 시판허용에 따른 보완대책들이 정부부처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산자부 등 관련 부처간 협의가 완료되는 즉시 관련법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해 부처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척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차 규격 확대를 놓고도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경제장관 정책회의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차 규격을 확대키로 하고 상반기 중 관련법을 개정키로 했으며, 이에 따른 유예기간을 3년으로 하는 방안을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GM대우가 유예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고,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GM대우차의 협력업체와 인천 경제계 등을 고려해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업계 혼란을 가중시켰다.
◇자동차업체 혼선 가중 = 자동차 업계는 이처럼 정부 부처간 혼선이 계속되자 이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는 "정부의 2005년 유로3 경유승용차 조기 허용이 결정된 이후 경유승용차 생산을 위한 작업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정부 부처간 의견 조율이 완료되지 않아 실무부서의 업무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05년 경유승용차 조기 허용에 반대해 온 GM대우나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도 `정부 정책이 빨리 결정돼야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착수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혼선을 우려했다.
경차 규격 확대 문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GM대우는 "마티즈의 후속모델인 `M-200' 개발을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유예기간 연장에는 환영하지만 정부가 정확한 시행시기를 하루빨리 밝혀야 향후 경차 개발계획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4년 초 유럽형 경차인 `SA'의 국내 시판을 추진하고 있는 기아차도 경차 규격 확대 및 유예기간을 놓고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 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단계라 정부 부처간 의견 조율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동차업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최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속한 정부 정책 조율이 선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