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안이 계속되자 관련 부처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설익은 대책을 중구난방식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의 근본원인은 도외시한채 미봉책에 급급하고 그나마 정책을 조율할 '사령탑'기능을 하는 곳도 없어 정책 불신만 심화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규제의 허점을 노려 민첩하게 움직이는 투기의 불길을 잡지 못한 채 부작용만 양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을 '진앙지'로 하는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은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과 교육문제 때문이므로 식상한 세무조사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구난방 대책〓정부는 이달들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금리 인하로 촉발될 집값 불안을 미리 잠재우기 위해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김포,파주등 2개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 계획 확정과 투기지역의 분양권 전매 금지, 재산세·종합토지세 과표 강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용인,파주등 비투기지역의 집값까지 상승하는등 부작용이 커지자 여기저기서 설익은 대책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묘안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김효석 제2정조위원장은 부동산 대책을 위한 당정회의후 이 자리에서 논의되지 않은 '투기지역 1가구2주택에 대한 특별부과금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제당국인 재경부는 "처음 듣는 말"이라면서도 민주당을 의식,개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일단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14일 일부 언론에 당정이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금지를 추진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관련부처들은 "우리 쪽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발을 빼며 시장 반응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내용도 없는 '구두 정책'을 동원한 심리적 효과로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그러나 '엄포성' 대책에 식상한 부동산 투기꾼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고 정책 신뢰만 훼손되고 있다.
◆큰 그림의 근본처방 시급〓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서울 강남, 충청권 행정수도 후보지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은 도외시한채 세무조사등 단발식 '목조르기' 대책에만 연연하는 바람에 집값 불안이 지속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서울 강남은 교육 문제로 실수요자도 몰려 투기꾼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며 "강남을 진앙지로 하는 집값 상승세를 잡으려면 교육정책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부동산 대책에 교육 문제는 언급되지 않는다. 분당신도시로 옮겨갔던 강남 주민들이 자녀들 교육문제때문에 다시 강남으로 회귀했음에도 파주·김포 신도시에 강남구민의 이주를 유혹할 교육환경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와 재경부는 집값 불안 원인으로서의 교육 문제에 대해 한때 논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론은 유보됐고 현재 부동산 대책은 세제 대책에만 의존하고 있다.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지못해 부동산 시장으로만 몰리는 것도 문제. 이는 정책 불확실성 제거와 투자 활성화등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자금의 물꼬를 트면 된다는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경기 부양과 집값 안정이 상반되는 정책목표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경제전반을 큰 틀에서 보며 정책을 조율하는 경제팀내 '사령탑'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곳이 없다보니 거시정책과 미시정책간 조화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재개발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무조건 규제만 할게 재개발 일정을 제시하면 2~3년뒤 주택공급의 확대를 예상하고 가격이 반응한다"며 "주택정책도 이제는 임기응변이 아니라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