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부가세신고 D-1 '안내서 이해 안되고…아들까지 대동하고'

□금천세무서-"6년간 낸 세금 환급 받을 길 없습니까"

○…"간이과세자는 신고납부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라 6년 동안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해 왔는데 환급 받을 방법이 없습니까"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마감 하루 전인 24일 금천세무서의 자기작성교실 현장. 부가세확정신고서를 작성하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1기 매출액이 1천200만원 미만인 간이과세자는 납세의무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난 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금천세무서 세원관리1과 직원은 "납부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 뿐, 자진해서 낸 세금을 모두 환급 받을 방법은 없다"며 "혹시라도 환급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찾아가라"고 알려주며 안타까워했다.

금천세무서는 부가세확정신고현장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관할 납세자가 6만명에 이르는 데다 대부분이 영세사업자이기 때문에 세무대리를 맡기지 않고 직접 세무서로 찾아와서 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본관과 별관 두 곳에서 신고서 자기작성교실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정신고마감이 가까워오자 납세자들이 대거 몰려 에어컨이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어 결국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는 에어컨 한 대를 추가로 설치할 상황에 이르렀다.

각 신고서 자기작성교실에서는 세무서 직원 7명과 대학생 도우미 9명이 직접 신고서를 작성하는 영세업자들의 부가세확정신고를 돕고 있었다. 한 70대 납세자는 "6개월마다 부가세확정신고를 하지만 안내서를 봐도 잘 이해가 안되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려 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낀다"며 "옆에서 일일이 가르쳐주고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는 도우미들이 없었다면 혼자서 확정신고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신고도우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신고도우미로 한 꺼번에 두 세명의 납세자들을 도와주는 맹활약을 펼친 한 대학

생 도우미는 "영세사업자, 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신고서 작성을 어려워 해 그분들의 신고서를 대신 작성해 주거나 잘 모르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봉사활동을 하기 전에는 대부분 세무대리를 하거나 전자신고를 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세무신고를 하는 납세자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또 "공부할 때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며 "4학년이기 때문에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도우미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다시 도움을 청하는 납세자에게로 발길을 돌렸다.

 
□영등포세무서-아들까지 대동하고…

○…제1기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마감일은 하루 앞둔 24일 오후 영등포세무서. 지하 1층에 마련된 '자기작성교실'에는 10여명에 이르는 신고도우미들을 붙잡고 신고서류 작성에 여념이 없는 납세자들로 북적였다. 자기작성교실 한켠에는 '홈택스 서비스 가입' 코너와 '전자신고' 코너가 마련돼 있어 납세자들에게 홈택스 서비스 가입을 독려하고 있었다.

납세지원과 한 직원은 "자기작성교실을 찾은 납세자중 젊은 신규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보통 하루에 50∼60명 정도가 홈택스 서비스에 가입을 하고 있다"며 "50대 이상의 나이 드신 납세자들은 컴퓨터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가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곳에서 홈택스 서비스에 대해 안내를 받고 가입한 납세자들 중에서도 실제로 옆자리에 마련된 전자신고를 이용하는 분들은 10명중 1명 꼴에 불과하다"며 "자기작성교실을 찾는 납세자들이 대부분 영세사업자이거나 연로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전자신고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부가세신고 안내우편물 발송시 신고서류를 동봉하지 않고 납세자들로 하여금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서류를 출력, 작성해 우편으로 제출하거나 홈택스 서비스를 이용토록 권장했다.

인근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의 한 납세자는 "인터넷을 이용할 줄도 모르고 자식들도 다들 결혼했기 때문에 자식들한테 부탁하기도 어려운데 어디서 신고서류를 구해서 신고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이와 달리 20대 초반의 젊은 아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한 납세자는 "홈택스 서비스를 통해 신고하면 빠르다고 해서 이번부터 아들이 인터넷으로 전자신고 해주기로 했다"며 "이번엔 처음이니까 신고도우미한테 전자신고 방법을 배우고 다음부터는 집에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자신고를 담당한 신고도우미는 "세무서 방문이 필요 없는 납세서비스로 가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세무서의 자기작성교실을 폐쇄해야 한다"며 "홈택스 서비스 등 새로운 납세서비스 제도가 신설되니까 이를 문의하기 위해 자기작성교실을 찾는 납세자들이 오히려 늘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 한편 세원관리1과 홍옥진 과장은 "올해 관내의 부가세 신고대상자는 4만여명에 이른다"며 "대부분의 신고대상자들이 세무대리인이나 우편을 통해 신고서를 제출하고 약 1천명이 자기작성교실을 찾아 신고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