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삿짐으로 꽉 차있는 의원회관 복도. / 김용진 기자(사진)
4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300명 국회의원들이 사용할 집무실은 어떨까.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하는 첫 날인 30일 새 각오, 새 포부로 4년을 힘차게 시작하는 의원회관은 새 건물 준공으로 으리으리한 모습을 뽐냈지만 그 안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책상과 걸상, 책장 등 온갖 집기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이사를 마친 의원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의원회관 엘리베이터는 이삿짐으로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었으며 보좌진들은 업무보다는 짐 나르기에 더욱 분주했다.
한 재선 의원 보좌관은 "국회 사무처에서 이사 신청을 주먹구구식으로 받아 새벽 3시에 이사를 했다"며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초선 의원실. 다선 의원들은 기존에 썼던 책상과 걸상 등 집기들을 그대로 가져와 쓸 수 있지만 초선 의원은 국회 사무처에서 필요한 집기들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기본적인 집기조차 받지 못한 초선 의원실이 부지기수. 한 초선 의원실은 컴퓨터는 물론 걸상도 들어오지 않아 보좌진들이 직접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업무를 보기도 했다.
그나마 책상이라도 있는 보좌진들은 사정이 나은 편. 이 의원실은 의원 집무실의 책상도 들어오지 않은 채 소파만 덩그러니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책상도 없이 소파만 덩그러니 놓인 국회의원 집무실. / 김용진 기자(사진)
의원회관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19대 의원들이 책상도 없이 임기를 시작하게 된 꼴.
한 보좌관은 "낙선한 18대 의원들이 끝까지 혜택을 보고자 임기 마지막날까지 방을 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집기도 들어오지 않아 6월 5일까지 다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직 의원들이 의원실을 비우지 않으면 새로 들어갈 사람들의 입주가 힘들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회 사무처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국회 사무처 한 직원은 "요즘 낙선한 의원실을 돌며 비워달라고 계속 싸우고 있다. 어제 새벽에 들어가서 의원실을 빼달라고 싸웠다"며 "의원 책상 등 집기들을 재활용하는데 어떤 분들은 귀중품이 있다고 책상을 건들지 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임기가 끝난 의원들의 짐이나 집기를 임의로 옮길 수 있는 강제조항이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강제로 집기를 옮길 수 있는 규정이나 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