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비용 '과도한 부담'
게임서비스 업체 PM(Project Manager) 김석준 과장(36, 가명)은 6월 들어 매일 야근이다.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업무 외에도 7월부터 시행되는 '게임시간선택제' 제도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사, 채널사, 유관부서와 협의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 회사에서는 셧다운 제도 관련 인력과 자원에 드는 비용을 억 단위로 계산하고 있다.
게임이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당하면서 정부가 게임 과몰입 방지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이 게임업계에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입법학회에서는 강제적 셧다운 제도로 인한 업계의 관련 시스템 구축 비용만 31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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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해 강제적 셧다운 제도에 이어 7월부터는 게임시간선택제가 시행된다. 사진은어느 게임사의 게임시간선택제인 '자녀사랑 시간지키미' 제도의 안내페이지 캡처 화면(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
□ 게임시간선택제·강제적 셧다운·쿨링오프…끝없이 이어지는 게임 규제 =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방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셧다운 제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시행 중인 강제적 셧다운이 그 시작이다.
강제적 셧다운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로 '신데렐라 제도'라고 불리우고 있다.
올 7월부터 문화관광부에서 도입하는 게임시간선택제(이전 선택적 셧다운)는 만 18세 미만 게임 이용자의 부모가 심야 시간 외에도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행을 추진 중인 쿨링오프 제도는 청소년계정의 사용자가 게임에 접속한 뒤 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종료되고, 10분 뒤에 1회 접속이 가능한 제도다. 입법조사처에서는 쿨링오프 제도에 대해 중복규제와 근거부족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게임시간선택제, 어떤 제도이길래 = 100대 인기 게임 중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게임의 87%가 7월부터 게임시간선택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게임 담당자들은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온, 스타크래프트2, 피파온라인2,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유명게임 모두 이 제도의 대상이고,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기도 하다.
18세 미만 게임 이용자는 게임사이트에 가입할 때 부모 등 친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부모는 자녀가 이용하고 있는 게임의 등급과 결제 정보 등을 확인하고, 정해진 시간대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
또 해당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1시간마다 '과도한 게임이용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주의문구와 이용시간이 표시된다.
이를 위해 가입 시 공인인증을 얻고, 부모-자녀간 아이디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비롯 부모에게 자녀의 게임 이용 현황을 발송하고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기능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 과연 실효성 있을까 = 한편 이같은 규제 방안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기 제기되고 있다.
자녀의 게임 시간을 관리하려는 의지가 있는 부모라면 이런 규제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가정 내에서 적절한 지도가 가능할 것이고,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부모세대에게는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게임업체의 시스템 구축은 강제사항인 반면, 게임시간선택제의 사용 여부는 이용자의 자율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A게임을 하다 셧다운이 되더라도 B게임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규제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실제 강제적 셧다운 제도 시행 이후 심야시간대 게임 이용률은 4∼5% 밖에 줄지 않았다는 통계도 있었다.
학교폭력의 주범은 사회 전체인데 게임에 책임을 돌린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게임업계의 억울함을 대변한다. 입시스트레스를 풀만한 여가가 게임밖에 없어 이러한 규제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청소년들의 반발도 거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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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는 지난 3월 게임을 산업적 가치와 청소년 문제의 양비론으로 접근해온 기존 논의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가치있는 도전 분야이자 문화로 접근해보겠다며 미래토크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
□ 경쟁은 가열되는데…중복된 규제 속에 업계 '피로감' = 한편 시스템 구축 비용 때문에 신작 게임들이 일부러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신청하기도 하는 등, 규제가 심각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은 정점을 찍었다. 출시작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특히 대작게임이 줄고 있는 추세다. 최근 디아블로3 등 외국 게임들이 밀려오고 있는데 규제가 많다보니 업체들이 상당한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가 덜한 모바일 게임 쪽으로 이동하거나 아예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비용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반면, 사후 가입자 관리 분야에서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게임의 과다이용으로 청소년들이 수면권을 침해당하고, 게임을 모방한 범죄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어 과몰입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시스템 투자 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중소기업의 게임은 게임시간선택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 과몰입으로 고민하는 청소년 상담과 교육을 위한 기능성 게임 개발, e스포츠 대회에 대한 지원을 늘려, 긍정적인 게임 문화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대한 규제를 일원화해서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게임중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지난 2009년에는 "한국에도 닌텐도(nds)가 나와야 한다"며 콘텐츠산업을 강조했던 모습과는 상당한 대조를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단 법이 만들어진 이상, 업계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게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가정·교육·사회가 함께 복지의 관점으로 풀어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