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최근 1년새 슈퍼리치에 인기 몰이
일정기간 환매 못해-리스크 등도 유의해야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부동산이나 기타 실물자산 이외에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 '한국 부자'는 지난해 현재 14만2000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8.9%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부자들, 이른바 '슈퍼리치'들은 거침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슈퍼리치들의 재테크는 일반인들보다 항상 빠르고 정확했다.
90년대 후반 주식형펀드부터 2000년대 초 부동산시장과 최근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에 이르기까지 항상 그 앞에는 슈퍼리치들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하반기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점 더 확대되어 가고 있지만 슈퍼리치들의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과연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한발 앞서가는 전략으로 재테크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숨은 노하우는 무엇일까?
이정훈 우리은행 PB영업전략부 Wealth Management 팀 차장은 슈퍼리치들의 투자방법 중 대표적인 것으로 '맞춤형 사모 펀드'를 꼽았다.
1~49인 이하로 설정되며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대상이나 편입비율 등의 제한이 없고 비공개로 모집되기 때문에 수십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슈퍼리치들에게는 최적의 상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정 주식 1~2개 종목에 집중투자할 수도 있으며 상장주식이건 비상장주식이건 상관 없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이 상장되기전 장외에서 5만원대에 매수해 상장 후 큰 차익을 거둔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삼성계열사인 삼성SDS 등의 장외주식에도 슈퍼리치들의 큰 돈이 몰리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외 우량기업들의 낮아진 주가와 높은 쿠폰금리의 하이일드채권에 관심을 갖는 등 투자대상을 해외까지 확대하고 있다.
높은 쿠폰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따른 자본차익이 기대되는 브라질채권 등 이머징마켓의 국채 등에도 사모형태의 펀드나 신탁 등으로 투자하는 슈퍼리치들이 늘고 있다.
또 주목해야 할 투자대상이 ELS(주가연계증권)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지수형 ELS와 사모형 ELS다. 2012년 1분기에 무려 12조원의 ELS(역대 최고치 ’08년 2분기 9.6조원)가 발행되었으며, 그중의 절반인 51%가 사모로 발행됐다.
국내외기업의 주가나 지수(코스피 200지수, S&P500지수 등)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며, 노낙인이나 저낙인 구조의 스텝다운형, 월지급형 ELS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요즘의 시장상황과 은퇴자들의 증가에 의한 결과로 풀이된다.
파생상품의 장점은 선물이나 옵션 등을 통해 위험을 일정부분 헤지(Hedge)할 수 있어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 보다는 안정성이 한층 강화돼 있으며, 조건에 따라 위험대비 수익률을 정할 수 있어 투자판단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슈퍼리치들에게 당분간 사모펀드 형태의 투자스타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의 장점은 상품구조를 본인의 스타일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금융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면 오히려 장점은 독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종철 연구원은 "최근 1년 사이에 사모펀드가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비공개적으로 소수에게 대규모 자금을 모집해 고액자산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특정 기업 자체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주식의 일부를 사고파는 것과 달리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며 "일정기간 동안 환매가 금지된 상태에서 운용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할 경우 신뢰할 수 있은 주관사나 재무설계 담당자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