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휴대폰 부문은 가뜩이나 부진한 경영실적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조사에 따르면 LG전자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09년에는 10.1%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2년 1분기에는 점유율이 3.4%로 추락해 존재감에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부문은 신생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세계시장 점유율 7.1%의 절반인 3.7%에 그쳐 9위에 머물렀다.
국내시장에서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9.3%의 점유율로 20.5%인 팬택에 밀려났다.
지난 2일 잠정 발표된 상반기 LTE폰 점유율도 15.6%(131만대)로 17.9%(135만대)인 팬택에 뒤졌다.
모바일 부문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흑자를 보이던 영업이익도 2분기 다시 300억 ~500억원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상당수 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다.
■ 어하는 사이 스마트폰 세상…과감한 배팅은 대체 언제?
업계에선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고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시장분석 실패와 또 이에 따른 스마트폰 전략의 부재에서 찾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초콜릿폰을 비롯해 1000만대 이상 팔린(텐밀리언셀러) 휴대폰을 5종이나 내놓은 역사를 가졌다. 여기서 피처폰의 영향력을 과신한 게 결국 문제가 됐다는 것.
LG는 피처폰의 시대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이은 휴대폰 출시 성공으로 함포고복(含哺鼓腹; 배불리 먹고 기뻐 즐김)하는 사이 고가인 스마트폰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란 예측을 못한 셈이다.
그러나 아이폰 3G가 출시되자 국내외 통신사들이 급속히 스마트폰으로 중심을 이동했다. LG전자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로 인해 LG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9년 4분기 10.1%에서 2010년 4분기에는 6.7%, 2011년 4분기에는 3.6%까지 급락했다.
다급한 LG가 MS(마이크로소프트)를 믿었던 것도 실수였다. 모바일 OS(운영체제)로선 문제투성이였던 윈도모바일을 성급하게 채택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더 멀어졌다.
방향을 정하지 못한 LG전자는 안드로이드(GW620)와 인텔 무어스타운(GW990), 윈도 모바일(SU210) 등 거의 대부분의 OS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개발하며 시장을 탐색했다.
그러나 세계스마트폰 시장이 애플진영과 반(反)애플진영 구도로 잡히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안드로이드에 과감하게 ‘배팅’하는 승부를 걸지 못했다. LG가 우왕좌왕 하는 동안 시장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뒤늦게 방향을 잡았다. LG전자 관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안드로이드에 집중할 것임을 내비쳤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 보는 것처럼 OS에 대한 특허가 문제될 경우에 대비해 독자적인 OS를 가지겠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 경쟁사 전략제품 집중할 때 LG는 뭘했나…그리고 결과는?
LG전자의 휴대폰 제품 전략은 ‘히어로제품(히트상품)’과 ‘멀티플제품(고객별 특화상품)’ 군으로 분류, 많은 종류의 휴대폰 모델을 고객특성에 맞춰서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약 68의 종의 신규 폰을 내 놓았다. 월 평균 2.19개 모델을 쏟아내며 시장의 반응을 기대했다.
같은 기간 삼성은 48개, 팬택은 49개 모델을 출시했다. 애플은 단지 3개의 모델만을 선보였을 뿐이다. 그만큼 LG전자가 전략제품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부지런히 일하기는 했지만 ‘스마트’하지는 못한 셈이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다품종 생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모델수를 줄이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2011년 이후 LG전자는 27개 모델을 생산하여 월 평균 1.59개를 만든 반면, 삼성은 16개, 팬택은 13개를 출시했다. 여전히 삼성이나 팬택보다 2배 정도 많은 신모델을 생산하고 있다.(뉴스와이어 출시 발표 기준)
이렇게 다양한 제품을 쏟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히트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1000만대 이상 팔린(텐밀리언 셀러) 스마트폰이 아직 없다.
반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터치오류와 같은 사소한 불량이 가장 자주 발생하였다. 3G·4G엉킴으로 인한 통화불량 문제, 속도가 느리고 와이파이(wifi)와 3G를 동시에 작동시킬 경우 프로그램이 다운되거나 폰이 스스로 꺼져버리는 일도 일어났다.
전략모델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결과가 예기치 못한 품질저하 문제로 이어진 셈이다.
하드웨어 파트에서도 중력센서(Gravity sensor)이상, 본체와 배터리 분리 시 기기의 초기화 및 발열, 키보드 유격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됐다.
옵티머스 마하와 옵티머스 Q2의 경우엔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까지 했다. 결국 옵티머스 마하는 출시 1개월 만에, 옵티머스 Q2는 4개월 만에 단종되는 불명예를 겪었다.
■ 서광이 보이는 LTE폰, 효자노릇 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LTE폰의 경우 LG가 발 빠르게 대응해 희망을 걸만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출시된 옵티머스 LTEⅡ의 경우에는 발열 문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나 고장이 없고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품평들이 많다.
문제로 지적됐던 제품의 하자도 줄어들었다. 내수시장에서 LTE폰 판매량이 1분기에는 LG가 팬택에 뒤졌지만 2분기에는 95만대를 판매해 82만대를 판매한 팬택을 앞질렀다.
시장조사기관인 SA(Strategic Analysis)에 따르면 휴대폰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2년 LTE폰의 세계시장규모는 2011년 680만대의 10배이상 성장하여 67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LTE폰 시장의 분기별 성장률은 108%에 이를 것이며 올 4분기에는 LTE폰이 전체 휴대폰판매량의 18%까지 점유율이 높아져 LTE 스마트폰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단말기 판매업체 H사 한국지사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해 북미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LTE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표준 주파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LTE 주파수 표준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LTE 시장을 선도할 LTE폰 자리를 놓고 갹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처럼 LTE폰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LG가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관계자는 “LG전자가 진화속도가 빠른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을 털고 일어서는 데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기업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력과 전략적 사고”도 숙제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