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서류 도용한 몹쓸 회사…취업준비생 두 번 울린 비정사회
구인광고를 보고 취업하러 갔다가 취업은커녕 되레 제출한 서류만 도용 당해 궁지에 몰렸던 어느 기막힌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의해 겨우 세금납부를 면하게 된 어처구니없는 일이 실제 벌어졌다.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 비좁은 취업현실에 떨고 있는 이 사람은 구인광고를 낸 회사가 취업을 미끼로 인감증명서를 받아 사기를 칠 수도 있다는 비정한 사회에 한번 울어야 했고, 사정은 무시한 채 세금만 받으려는 과세당국에 두 번 울어야 했다.
조세심판원은 3일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회사에 제출한 인감증명서를 도용 당해 자동차세를 물어야 했던 A씨가 '자동차는 구경도 못했는데, 자동차세를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 심리결과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명의를 도용 당해 자동차 소유권을 가진 것으로 돼 있을 뿐 그 운행이익을 향유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단지 자동차등록원부상 소유자로 돼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차세를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심판원의 결정 취지.
심판원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던 A씨는 지난 2008년 10월 구인광고만 보고 찾아간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인감증명서를 제출했지만, 취업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인감증명서는 A씨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왔다.
구인광고를 냈던 회사는 A씨의 인감증명서를 도용해 그 해 11월 A씨 명의로 승용차 1대를 사들여 소유권 이전등록을 했고, 또 이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던 것.
뒤늦게 이 사실을 안 A씨는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이미 이 회사는 사무실을 폐쇄하고 잠적한 상태였다. 차를 담보로 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는 A씨에게 소송까지 걸어가며 대출상환을 촉구했고, 법정에서 인감도용 사실이 인정돼 겨우 상환의무를 면했다.
그저 취업한번 해보려 했었던 A씨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12월 자동차등록원부에는 자동차 소유주로 돼 있는 A씨에게 2008년 2기분부터의 자동차세와 지방교육세 등을 한꺼번에 내라고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해온 것.
A씨는 "인감 도용사실이 법정에서도 인정돼 자동차담보 대출 상환의무를 면했는데, 구경도 못한 자동차에 대해 자동차세 등을 부과한 처분은 억울하다"고 따졌지만, 지자체는 요지부동이었다.
지자체는 "자동차가 A씨 명의로 된 것은 명의를 도용 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자동차세는 지자체 관할구역에 등록돼 있거나 신고돼 있는 자동차를 소유한 자에게 부과한다"며, "자동차의 소유여부는 자동차등록원부상의 등록여부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맞섰다.
자동차의 소유여부는 자동차등록원부상의 등록여부로 결정되는 것이어서 자동차등록원부상 소유자는 자동차세의 납부의무를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자체 주장.
나아가 지자체는 "명의 도용 등 개인간의 민·형사상 분쟁이 있더라도 재판을 거쳐 확인되지 않으면 소유자는 등록원부상 명의자"라며, 자동차세 등을 피하려면 자동차등록 자체가 무효라는 재판을 거쳐 판결을 받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판원은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자동차세 납세의무자는 자동차등록원부상 소유자로 등재돼 있는 자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임은 분명히 했다.
심판원은 그러나 "A씨의 경우 대출금 변제소송에서 회사가 인감을 위조해 자동차 대출약정과 A씨 명의의 자동차 이전등록 사실이 나타난다"며 "A씨 의사와 무관하게 명의 도용에 의한 자동차 소유권이전등록 사실이 입증된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A씨가 자동차 소유권이전등록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를 말소하는 소송을 내지 않더라도 자동차 소유권이 A씨 명의로 이전등록은 사실상 무효로서 말소의 대상이 된다고 봐야한다는 것이 심판원의 입장.
심판원은 이에 따라 "단지 A씨 명의로 자동차 소유권 이전등록이 이뤄진 사실만으로 자동차에 대해 A씨를 자동차세 납세의무자로 봐 자동차세 등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2지02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