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 = 김용진 기자)
朴 입장표명 관심 집중.."사과하지 않으면 안철수만 좋을 것"
비박 4인 "황우여 사퇴...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4.11총선 공천헌금 파문으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클린 공천'을 내세우며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박 전 위원장이기에 자신의 측근들이 '공천 헌금'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타격이다.
여기에 당내 경선 후보들이 '황우여 대표 사퇴'와 '경선 보이콧' 시사까지 주장하고 있어 박 전 위원장의 리더십과 대권 가도의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해 12월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정당사에 남을 공천"을 약속했다. 비대위 회의에서도 '클린 공천'과 '국민의 눈높이', '도덕성'을 연일 강조했다.
이렇게 강조된 '공천 쇄신'은 4.11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했다. 총선 승리 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책 출간 이후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대세론'에 흠집이 났고 이어 '공천 헌금' 의혹이 탄탄대로의 대선가도를 가로막은 것.
■ '친박' 측근에 의해 발목 잡히나 = '‘친박'핵심으로 분류되는 부산출신의 현기환 전 의원은 4.11총선 당시 공천위원으로 부산 공천을 사실상 지휘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하갑에 문대성 후보 공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이 '논문 표절'로 탈당의 기로에 있을 때 문 의원과 전화통화한 사람도 현 전 의원이다.
현 전 의원은 이번 총선 당시 '친이계'들의 대거 공천탈락으로 인해, 18대 '친박 공천학살' 당시 사무총장이던 정종복 전 의원을 빗대 '현종복'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실제 공천위원을 맡으면서 '친이계' 좌장이던 이재오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현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3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현영희 의원은 당초 부산 중·동구 지역구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떨어지자, 다시 비례대표 신청을 한 경우로 유일하게 당선됐다. 현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외곽조직인 '포럼 부산 비전'의 공동대표 출신이다.
이처럼 박 전 위원장의 '측근'들이 연루된 '공천헌금' 파문은 박 전 위원장이 목숨처럼 여긴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박 전 위원장의 입장표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당사자들의) 말이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확실하게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비박 4인 '당내 사당화' 비판 = 당 지도부 역시 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가지고 검찰 수사와 두 사람에 대한 당 윤리위 회부, 경선후보들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결정했다. 하지만 연석회의에 경선후보 중 한명인 박 전 위원장이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다른 비박후보들은 이날 "연석회의 참석 의미가 없다"며 "공천헌금 파문에 대한 책임으로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상태다.
비박후보들은 '공천헌금 파문 원인'에 대해 "특정후보의 사당화, 당내 민주주의 실종 때문"이라며 "박 전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4일까지 황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할 것으로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사과해야" VS "사실규명 먼저" = 당이 새로운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박 전 위원장은 금품비리문제가 당내에서 불거질 때마다 '검찰 수사'를 적극적으로 의뢰하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지난 2006년 5ㆍ31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서울 구청장 공천 희망자들이 당시 한나라당 중진이었던 김덕룡, 박성범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가 불거지자, 당 대표이던 박 전 위원장은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토록 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 캠프 측에서는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대처하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두 당사자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박 전 위원장의 사과 등의 입장표명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캠프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부분(비리)에 있어서는 가차 없으신 분"이라면서도 "근데, 당사자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는데 무슨 사과를 하냐"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악재인 것은 맞지만, 사실 규명을 먼저하고 조치를 취해야지 논란이 되는 것만으로 사과를 할 수 없지 않나"고 강조했다.
이에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전 위원장이 책임져야할 문제"라면서 "당시 총선문제는 박 전 위원장과 사무총장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사무총장은 권영세 전 의원이다.
신 교수는 이어 "박 전 위원장이 사과해야 하는 문제이고, 안하고 넘어가면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키워서 안철수 원장만 좋을 것"이라고 '공천 헌금' 파문이 박 전 위원장에게 '악재'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사실 관계가 아직 규명이 되지 않아 사과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치인이 자기 돈 먹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이상득, 정두언, 박지원 의원들이 받았다고 했나. 다 아니라고 한다. 그런 건 하나마나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